서울시, 탄력적 건축비 제도 추진
고덕강일 3단지에 시범적용 흥행
"품질 낮은 ‘반값 아파트’ 대신
100년 지속 가능한 건축물로"
고덕강일3단지 조감도 SH공사 제공
서울시가 고품질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 탄력적인 건축비 제도 도입에 나섰다. 적정 건축비 내에서 주택 품질을 높인 '서울형 건축비'로 건축 외벽, 내부 자재 등의 수준을 높일 뿐 아니라 골조강화로 수명도 늘려 공공주택 품질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고덕강일 3단지에 시범적용해 청약흥행의 동력이 됐다.
■공공주택 고급화로 위상 높인다
17일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에 따르면 서울형 건축비는 고품질, 고성능 자재를 도입해 실질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분석한 건축비다. 기존 정부가 고시하는 기본형 건축비 보다 높은 건축비 기준이지만, 100년 동안 지속 가능한 건축물 공사 시 표준이 된다.
실제 서울형 건축비는 SH가 공급하는 아파트의 품질 논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도입이 추진 중이다. 현재 SH공사는 서울 시민에게 저렴한 내 집 마련이 가능하도록 반값 아파트를 시행 중이지만, 땅이 아닌 건물만 소유하는 반값 아파트의 선호도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품질 논란이 대표적이다. '반값 아파트면 품질도 반값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에 건축비를 다소 올리더라도 품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서울형 건축비 도입이 추진중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서울형 건축비 도입으로 재건축 등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서울의 세계 5대 도시화를 위한 창의적 공공주택 디자인을 선도하겠다"며 "서울 시민의 주거 만족도를 높이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형 건축비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고덕강일 3단지'에 시범 적용됐다. 고덕강일 3단지는 서울 첫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지상의 건축물은 수분양자가 소유하는 공공분양주택이다. 지난 3월 6일 사전신청 예약 마감 결과 500가구 모집에 1만9966명이 접수해 평균 40대 1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고덕강일 3단지의 내부 아트월은 포셀린타일을 적용해 고급화하는 한편, 주방의 경우 당초 도자기 타일에서 엔지니어드스톤으로 바꿔 품질을 높였다. 외부 역시 일반창호에서 시스템창호로 수정하고 외벽은 수성페인트 대신 롱브릭벽돌로 건축해 견고함을 강화했다.
SH공사 건설사업본부 관계자는 "고덕강일 3단지는 서울형 건축비의 마감 및 주거성능 일부 기준이 반영됐다"며 " SH공사에서 이전 고덕강일 지구 내 건설 완료한 주택보다 높은 건설원가를 반영해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서울형 건축비로 100년건물 구현
SH공사에 따르면 서울형 건축비는 마감재를 최적화하고 골조를 강화해 아파트의 수명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적정임금과 직접 시공으로 주거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50층 이상 초고층 건설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 임대주택 물량을 늘리는 데 주력했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향후 미래 인구 변화, 유럽 등 선진국 건축물 수명, 우수디자인을 반영해 공공주택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SH공사는 현재 서울형 건축비가 기존 기본형 건축비 제도와는 다른 기준인 만큼,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협의 결과에 따라 '노후 임대주택 재건축'과 '반값 아파트' 건축 계획 시 서울형 건축비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서울형 건축비가 기존 국토부 기본형 건축비보다 높지만, 과도한 분양가격 산정을 통한 이익실현이 아닌, 서울시민에게 고품질 및 고성능 주택공급을 위한 새로운 시도"라며 "우리나라 건축물은 주로 30~40년 뒤 재건축 또는 재개발돼 각종 건설폐기물과 새로 건물을 짓기 위한 자재비용 등이 발생한다. 재정낭비뿐 아니라 환경에도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0년동안 지속 가능한 건축물을 구현해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혁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과 제도 개선은 필요한 부분이다. 분양가 심사위원회에서는 가산, 옵션비용의 적정성을 검증을 통해 분양가격을 책정하게 되는데, 각 지자체 별 심사위원 구성 및 운영기준이 상이하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형 건축비는 성능, 마감품질을 지정하고 실제 소요되는 비용을 산정해 분양가격을 책정하도록 기준을 일원화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