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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매각 한달째 오리무중… ‘몸값·영구채·업황’ 걸림돌

새주인 유력 기업들 "인수 뜻 없다"
5조 넘는 비싼 가격에 영구채 변수
9월말 1조 넘는 영구채 상환 도래
변동성 큰 해운업황도 매각 발목

HMM 매각 한달째 오리무중… ‘몸값·영구채·업황’ 걸림돌
HMM이 운항하는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함부르크'호. HMM 제공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의 새주인 찾기가 난항을 겪고 있다. 매각이 공식화된 지 한달이 지났으나 유력 인수 기업군들은 모두 "인수할 뜻이 없다"고 밝히면서 딜이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고 있다. 매각 가격이 고평가돼 원매자 확보가 어렵다는 게 시장 분위기다. 일단 오는 9월 도래하는 1조2000억원 규모의 HMM 영구채 처리 향방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HMM 연내 매각 미지수

17일 업계에 따르면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 20.96%)과 한국해양진흥공사(19.96%)가 지난 4월 매각 자문사와 킥오프회의 이후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매각(삼성증권)·법률(법무법인 광장)·회계(삼일회계법인) 자문사와의 자문 계약은 내년 3월까지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달초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HMM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타당한) 매각 전략과 조건을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HMM 매각을 원칙으로 영구채 처리 방안을 포함해 용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 자문계약은 내년 3월까지인데, 하반기에 매각 작업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라면 HMM 매각이 연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공적자금 회수가 급한 산은과 달리 해수부는 HMM 매각에 신중한 입장이다.

■HMM 매각 3대 변수는

HMM을 매각하는 측과 인수하려는 측에서 걸림돌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비싼 몸값이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 지분 인수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5조원을 넘는다. 여기에 영구채 처리라는 변수가 있다. 그간 산은이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발행한 영구채인데, 두 기관이 보유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만 2조7000억원 규모다. 두 기관이 주식전환을 행사하면 보유 지분은 71.7%로 올라간다. 4조~5조원 정도의 HMM 매각 가격이 배로 올라간다는 얘기다.

일단 HMM은 오는 9월 말 1조2000억원 규모의 영구채(CB, BW 6000억원씩) 상환이 도래한다. 앞서 지난 2021년 산은은 배임 논란을 의식, 공적자금 최대 회수를 명분으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HMM 보유지분도 크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9월 도래하는 영구채 처리(주식전환비율)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명분과 적정선의 인수가격 균형점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산은은 공적자금 회수 명분을 확보하고, 원매자에겐 적절한 인수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변동성이 큰 해운업황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해운업 대호황을 끝으로 다시 하향 추세다. 해운 운임 가격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12일(983.41) 기준 1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HMM은 1·4분기 영업이익도 306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0% 급감했다.

업황 하향 사이클과 실적 부진으로 매각가격에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자 입장에선 유리할 수 있다. 업황 불확실성이 큰 만큼 매각을 더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HMM 매각은 잠복 상태다. 현대자동차그룹(현대글로비스), 포스코그룹(포스코인터내셔널), HD현대중공업그룹, CJ대한통운 등이 주요 인수 후보군들이다.
최근 사세를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는 LX그룹, SM그룹도 인수 유력 후보다. 다만, 이들 기업은 모두 "인수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HMM 인수로 시너지를 낼 만한 기업들은 매각 조건을 예의주시하며 물밑에서 손익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