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브랜드 헤리지티 구축 (2)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 첫 선
설계도면 유실 등 양산 문턱에서 고배
포니 쿠페 콘셉트카 복원, 양산 기대감
'정주영, 정세영, 정몽구' 헌정 프로젝트
세계 3강 車기업으로 브랜드 유산 구축 전략 확대
18일(현지시간)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가 반세기 만에 복원한 포니 쿠페 콘셉트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차 제공
포니 쿠페 콘셉트카, 1975년 공개 당시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가 과거 자동차 산업 진출 초기 당시의 디자인 유산인 '포니 쿠페 콘셉트카'를 49년 만에 복원했다. 자동차 산업 불모지였던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이끈 정주영·정세영·정몽구 3인과 현대차 구성원들이 가졌던 도전정신의 복원이다. 이를 통해 반세기 자동차 기업으로서 '정통 브랜드 유산'을 구축하자는 것이 이번 포니 쿠페 복원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스포츠카 첫 도전...49년 전에도 세련미 정평
포니 쿠페 콘셉트카.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18일(현지시간)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복원된 포니 쿠페 콘셉트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복원 계획을 밝힌 지 꼭 6개월 만에 복원 작업이 완성된 것이다.
현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정주영 선대회장은 1970년대 열악한 산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심지어 항공기까지 무엇이든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독자적인 한국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실현했다"며 "포니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복원된 포니 쿠페 콘셉트카는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됐던 모델이다. 창업(1967년)한지 불과 7년 밖에 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자동차 선진국 진출이란 원대한 목표를 갖고 스포츠카라는 분야에 도전한 첫 성과물이었다.
디자인은 당시에도 가히 혁신적이었다. 포니, 프레스토, 스텔라, 쏘나타 1·2세대 등 다수의 현대차 초기 모델을 디자인했던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의 역작으로 꼽힌다. 쐐기 모양의 노즈와 원형의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 선으로 공개 당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선진시장을 겨냥한 수출 전략차종으로 설계돼 지금까지도 세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양산에는 이르지 못했다. 양산 직전 단계에서 제2차 석유파동(1979년)이 터진 것이다. 세계 경제 침체와 경영 환경 악화가 이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수로 인해 설계 도면과 차량이 유실돼 버렸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역작을 다시 끄집어낸 것은 지난해였다.
'정주영·정세영·정몽구 정신'의 브랜드화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아산사회복지재단 제공.
'포니 정'으로 불리는 고 정세영 현대산업명예회장의 생전 모습.
반세기 역사를 지닌 '세계 3강' 자동차 기업으로서 내보일 수 있는 브랜드 역사성, 정체성 구축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100여년 역사의 고급 명차들과 경쟁하기 위한 또 하나의 장치다. 정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 "현대차의 역사가 이제 거의 50년(1967년 설립·56년)됐다"면서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지만, 과거를 정리하고 알면서 다시 미래를 생각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내부적으로 많이 했다. 그렇게 해야 방향성도 잡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었었다"고 설명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 회장. 뉴스1
이번 프로젝트는 '정주영, 정세영, 정몽구' 3인에 대한 정의선 회장의 헌정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정주영 선대회장님, 정세영 회장님, 정몽구 명예회장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오늘 날 우리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 우리 내부에서도 사실 노력했었다는 그런 좋은 기억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복원 작업을 총괄한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지난해 정주영 선대회장과의 첫 대면 장면을 소개했다. 이 또한 구전을 통한 역사성의 복원이다.
"정주영 현대자동차그룹 창업주가 (이탈리아) 토리노에 저를 찾아와, 대량생산용 자동차 디자인 하나를 요청했습니다. 처음엔 당황했죠. 한국은 당시만 해도 자동차 산업이 시작도 되지 않은 곳이었죠. 그 당시 울산에 와서 보니, 이미 3년 만에 큰 배를 만들었더군요. 강한 의욕을 느꼈죠. 현대차 엔지니어들은 무척 빠른 속도로 기적과 같은 일을 해냈습니다. 창업주는 천재였고, 훌륭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 포니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
전설의 차, 전기차로 양산은...."고객이 원한다면"
롤링랩 차량인 N 비전 74. 현대차 제공
이제 관심은 '사라졌던 콘셉트카' 포니 쿠페의 양산 판매 여부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해 7월 포니 쿠페 콘셉트 디자인을 모티브로한,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Rolling Lab) 'N 비전 74' 콘셉트카를 공개한 바 있다. 콘셉트카 단계에서, 양산차로 넘어설 것인지에 대해 정 회장은 일단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다.
전동화 전환에 따라 포니가 전기차로 부활할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정 회장은 양산 여부에 대해 "계속해서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해봐야죠. 주지아로 디자이너께서는 꼭 양산을 했으면 하시는데, 디자이너 분들은 항상 그렇게 생각을 하시지만 따져봐야 될 게 많으니까요. 당연히 고객분들이 많이 좋아하신다면 양산 못 할 건 없겠죠."라고 답했다.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 자사의 브랜드 유산(헤리티지)를 소개할 수 있는 브랜드 행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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