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19일 제주도 핀크스골프클럽에서 열린 SK텔레콤 오픈 2023 2라운드 4번홀에서 백석현이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다.
【서귀포(제주) = 전상일 기자】 백석현은 한국 무대에서는 무명이다.
중학생 때 태국으로 건너갔고, 프로 데뷔도 태국에서 한 탓에 국내 팬들에게는 매우 낯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아시안프로골프투어가 위축되자 2021년부터 KPGA 코리안투어로 무대를 발걸음을 옮겼지만, 국내에서는 뚜렷한 실적이 없다. 작년 상금랭킹 60위가 최고다. 팬들이 백석현이라는 이름을 기억할 기회 조차 없었다.
많은 선수들이 퍼팅에 약점이 있어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백석현도 그런 케이스다. 샷에는 자신 있지만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아 애를 먹었다. 하지만 백석현은 이번 대회에서 볼을 보지 않고 컵을 보고 퍼트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운명을 바꿨다고 인터뷰에서 전했다.
만일, 21일도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면 백석현은 사상 첫 우승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장식하게 된다. (KPGA)
지난 2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한 것도 퍼트 난조 때문이었다는 백석현은 "아무 생각 없이 해보자고 했는데 잘 됐다"면서 "4m 이내 퍼트는 모두 볼 대신 컵을 보고 쳤다. 이번 대회 내내 이 방법을 쓰겠다"고 말했다.평소 좋아하는 벤트 잔디 코스라서 자신 있었던 샷이 더 잘 된 것도 좋은 스코어를 적어낸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백석현은 1~2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마쳤지만, 3라운드에서는 최호성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이에 대해 “경기가 잘 안 풀리니까, 긴 하루였던 것 같다. 긴장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사람이다 보니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17번홀과 18번홀에서 각각 파 세이브, 버디를 잡아내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 흐름을 최종라운드에 이어 나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가족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 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백석현 (KPGA)
그에게는 첫 번째 우승의 기회다 긴장이 안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나만의 ‘게임 플랜’대로 움직일 것이다. 계산해 놓은 홀 공략대로 경기를 풀어나가겠다. 찬스가 오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철저한 무명 생활을 기다려준 가족에게 한 마디를 전했다.
“이번 대회가 내 마지막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즐겁고 행복하게 즐기면서 경기하고 싶다.
2022년 12월에 결혼 했다. 결혼한 이후 내가 중계에 잡힌 적이 이번 대회가 처음이었다. (웃음) 아내가 집에서 장모님과 함께 경기를 보고 있는데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기쁘다”라고 선전을 다짐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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