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김기중은 앞으로, 김서현은 뒤로
제구력 좋은 투수는 멀티이닝, 공 빠른 투수는 짧게
구원 투수진의 구색이 잡힌 것이 가장 큰 수확
이도윤 유격수 기용 성공 … 박정현과의 경쟁 구도 형성
젊은 선수 많은 한화, 강팀과 타이트한 승부하며 계속 성장
작년 9위 두산에 14게임차 최하위 한화, 작년보다 분명히 강해져
한화가 4시간 20분의 혈투끝에 LG 트윈스와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사진 = 뉴스1)
[파이낸셜뉴스 = 전상일 기자] 4시간 20분의 총력전.
비록 이기지는 못했지만, 그저 팀 전체의 힘이 약간 모자랐을 뿐이다. 여기에 9회말 역대급 오심이 나왔음에도 한화는 수비력으로 이를 이겨냈다. 우승 후보를 상대로, 그것도 주축 투수 김민우가 타구를 맞아 불펜으로만 경기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타자 없이 경기를 한 것 치고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굳이 아쉽다면 12회 유로결의 아쉬운 보내기 번트를 꼽을 수 있을 뿐, 그저 팀 전력이 약간 모자랐을 뿐이다. 무엇보다 LG의 필승카드 플럿코를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플럿코는 올 시즌 6승 0패를 달리고 있는 승률 100%의 외인 투수다.
한화 김범수가 최원호 체제에서는 조금 더 앞으로 이동했다. 이날은 두 번째 투수로 나서서 좋은 역할을 수행했다 (사진 = 뉴시스)
이날 경기의 수확은 희미하게나마 한화가 추구하는 긍정적인 방향성이 엿보였다는 점이다.
최원호 감독은 선발 투수 이태양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김범수를 올렸다. 전임 수베로 감독과의 차이를 엿볼 수 있는데, 최 감독은 김범수를 일컬어 “외유내강형”이라고 말했다. “겉은 강하지만 속은 여린 선수다. 최대한 앞선에서 부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이 마무리로 김범수를 활용했던 것과는 차별화된 부분이다.
김서현은 반대였다. 오히려 좀 더 큰 짐을 지워도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선수라고 정의했다.
또한, 최원호 감독은 김서현에 대해서 “변화구 구사 능력이나 감각은 문동주보다 낫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는데, 김서현은 자신의 6구 연속으로 변화구를 던져 박동원을 삼진으로 잡아내기도 했다.
한화 김서현.(한화 구단 제공) /사진=뉴스1
마무리는 확실하게 박상원으로 고정되었다. 이태양(3.2이닝), 김범수(0.1이닝), 윤대경(1이닝), 김기중(0.1이닝), 강재민(1.2이닝), 김서현(1이닝), 박상원(2이닝), 정우람(2이닝)을 맡겼다. 전체적으로 제구력이 좋은 투수들을 길게, 제구력이 아쉬운 선수들은 짧게 짧게 쓰는 방향으로 불펜을 운영했다.
즉, 확실하게 틀이 잡혔다. 전임 수베로 감독이 만들어놓은 불펜진의 연장선상에서 투수 출신인 최원호 감독이 조합을 약간 바꾼 새로운 한화 불펜의 결정체다. 이것이 오롯이 최원호 감독의 공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구단의 방향성이 ‘확실한 역할 분담’에 있는 만큼 그 방향성의 긍정적인 부분이 오늘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도윤의 등장은 박정현에게도 분명히 자극이 될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오그레디를 내리고 이도윤을 쓰면서 대성공을 거둔 것 또한 이날 경기의 수확이다. 이도윤은 선제 1타점 2루타를 포함해서 2안타를 때려냈고, 수비에서도 큰 실수가 없었다. 이후 교체되어서 들어온 박정현도 안타를 때려냈다. 두 명이 서로 경쟁 하면서 시즌을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것만 해도 수확이다.
한화가 최원호 감독을 선임한 이유는 그가 한화 유망주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과정이 없다면 굳이 최원호 감독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선수 뎁스가 강하지 못한 한화로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긍정적인 긴장과 퓨처스의 동기부여가 현 시점 팀을 강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잠실 경기에서 엄청난 수비 투혼을 보여준 최재훈 (뉴스1)
포수 최재훈-박상언의 수비진과 유격수 이도윤, 3루수 노시환, 2루수 정은원의 수비진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노시환이 9회말에 보여준 그 수비는 올 시즌 베스트1에 꼽힐 만큼 최고의 장면 중 하나였다. 수비가 불안한 팀은 절대로 투수 전을 할 수 없다. 현재까지만 보면 문현빈-정은원의 공존 또한 오그레디가 사실상 전력 아웃 된 마당에 절반의 성공 정도로는 치부할 수 있다. 문현빈과 정은원은 모두 중견수와 2루수 자리에서 이번 LG전에서는 무난한 수비를 선보였다.
한화 이글스는 여전히 최하위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 한화 이글스는 분명히 달라졌다 (뉴스1)
한화는 젊은 팀이다. 끈끈한 경기, 타이트한 경기를 많이 해보고 그 경기를 통해서 스스로의 힘을 키워나갈수만 있다면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팀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2023년 한화는 여전히 순위표의 아래쪽(9위)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한화가 작년과 똑같은 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화는 작년보다 분명히 강해졌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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