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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 '나홀로 강세'...닛케이지수 33년만에 최고치

통화완화·내수시장 활성화 덕분
EU·美 등 주요증시 부진과 대조

전 세계 경기의 부진 속에도 일본 증시가 달아오르고 있다. 버블경제 당시 수준을 회복하는 등 과거 영광을 되찾는 분위기다. 양호한 기업실적, 통화완화 정책 등이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증시, 버블경제 수준 회복

2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일본 닛케이225는 지난 19일 장중 3만924.57까지 치솟았다. 지난 1990년 8월 이후 무려 32년9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토픽스(TOPIX)지수도 강세다. 지난 16일 2161.69로 장을 마감, 역시 1990년 8월 이후 가장 높이 올랐다. 두 지수 모두 버블경제 시기의 주가 수준을 회복한 상황이다.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닛케이지수는 2만8791.71에서 2만6094.50으로 9.37% 떨어진 바 있다.

일본 증시의 호황은 기업실적 호조와 엔화 약세, 주주환원 강화 기대감 등이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 1308곳(금융사 제외)의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매출은 580조3000억엔으로 1년 만에 14.2% 늘었다. 영업이익은 4.2% 증가한 39조1000억엔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주가 상승책을 주문하는 등 주주환원 기대감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사들에 주가 상승 개선안 등을 마련하도록 요구했고 미쓰비시상사, 후지쓰 등 주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계획을 내놨다.

■긴축기조 속 완화정책 덕분

전 세계 주요 증시와 비교하면 일본 증시의 활황은 더욱 잘 드러난다. 이달 들어 닛케이지수와 코픽스지수는 각각 6.76%, 5.06%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45%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0.20% 하락했고, 유럽의 유로스톡스50지수는 상승률이 0.83%에 불과했다.

이들 증시의 향방을 가른 주된 요인으로는 금융정책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많은 국가들이 긴축기조 여파를 경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일본 기업들의 호실적도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엔저(엔화가치 하락)의 결과다. 달러당 100~110엔 수준을 유지하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150엔을 돌파하는 등 역대급 엔저를 나타냈다. 그 덕분에 수출이 증가했고, 기업들의 순이익이 불어났다.
투자자들 역시 긴축정책으로 인한 경기둔화를 우려, 일본 증시로 자금을 돌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일본의 내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글로벌 경기부진 영향을 피해 갈 수 있는 요인이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54%, 민간투자까지 합하면 74%에 달하는 등 대외의존도가 비교적 낮다"며 "높은 내수 비중 덕에 한국 증시에 비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