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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글로벌 우산 속의 한국

[fn광장] 글로벌 우산 속의 한국
요즘 흔히 듣는 단어 중에 '글로벌(Global)'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외국인들이 텔레비전 쇼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우리를 무색하게 하고, 한국 음식을 우리보다 더 즐기는 외국인들을 보면 아연실색한다. 물론 쉬운 걸로 따지면 한국말처럼 쉽고 과학적인 언어는 없을 거고, 우리 음식처럼 맛있는 음식은 세계 어디 가도 없다고 자부한다.

오랜 이민생활 후 최근 한국에 정착한 필자는 한국에서의 하루하루가 흥미롭다. 흥미롭다 함은 이전과 다른, 오래전에 경험한 한국과 너무나도 달라진 우리의 가치관이라고나 할까. 다른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인 것 같다.

필자는 2000년도 전후로 한국에서 운전할 때면 늘 끼어들기를 잘 못해서 고생한 기억이 있다. 좌회전 신호를 켜고 들어가려 하면 어느새 바짝 갖다 대는, 양보 안하는 운전자들이 상당히 많았고 빵빵거리는 차도 많았다. "양보"란 그들 사전에 절대 없었다. 그 당시에는 운전도 경쟁의 연장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그 옛날에 경험한 "양보 없는 운전"이란 기억이 새롭게 느껴질 정도로 좌우 회전 신호를 켜고 들어갈 때면 자연스럽게 기다려 주고, 혹은 양보받은 차들은 고맙다고 비상등으로 깜빡거리며 인사도 하는, 믿을 수 없는 아름다운 운전 풍경이다. 경쟁교육에 젖어 있는 우리 세대에게는 있을 수가 없는 변화이다. 어찌 변화가 운전문화뿐일까마는, 이런 작은 배려로 하루가 즐거워진다.

최근 우리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에 인턴십을 위해 미국에서 대학생들이 방문했다. 한국 최고 어린이합창단과의 인턴십으로 긍정적인 기대에 들떠 있는 그들은 한국 도착 후 공항철도를 비롯, 개미집처럼 연결되어 있는 지하철에 대해 극찬을 한다. 특별히 필자가 놀라웠던 것은 한국을 처음 방문한 미국 대학생들을 만난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원 아이들이 얼마나 영어를 잘하는지! 그것도 원어민 발음에 가까운 영어 실력에 깜짝 놀랐다. 슬며시 아이들에게 영어를 어떻게 그리 잘하는지, 혹시 미국에서 살다 왔는지를 물어봤더니 "영어학원에서 배웠어요"라고 대답한다. 와우 대단한 부모님들! 미래를 내다보는 한국 부모님들의 교육열에 머리 숙인다.

또 다른 즐거운 이야기는 최근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책 읽는 서울광장, 광화문 책마당'에 관하여 들은 아름다운 이야기다. 서울시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대여 시 주민등록증을 맡기게 해야 하냐를 고민했었지만, 결국 주민등록증 없이 대여하기로 결행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는 중 책 반납이 잘 안 될 거라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지만, 관계자의 이야기로는 하루에 1.5권 정도 반납이 안 되지만 며칠이 지나 반납하는 책들도 있다고 한다. 내심 빌려간 책들 중 반 정도는 반납이 안 될 거라는 기우가 창피할 정도였다.

정직을 알고 실행하기는 쉽지 않지만, 실행에 옮기는 교육을 통해 자녀들에게 정직을 일깨워주는 이 시대의 우리 젊은 부모님들이 자랑스럽고, 한국 사회의 이러한 변화는 우리 대한민국이 글로벌 우산 속에서 세계 일등 국민으로서 누릴 수준 높은 문화예술의 향유도 기대하게 한다.

박종원 서울시합창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