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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중규모 이상 지진에 대한 대응력 키워야

[특별기고] 중규모 이상 지진에 대한 대응력 키워야
지구의 껍질은 용수철과 같이 탄성체의 성질을 가진 여러 개의 판으로 나누어져 끊임없이 운동한다. 판의 운동은 판의 경계부터 내부까지 응력을 누적시키며, 누적된 응력이 탄성한계를 초과하게 되면 지각이 견디지 못하고 단층으로 깨지면서 지반의 진동, 즉 지진이 발생한다. 따라서 인간이 항상 숨을 쉬는 것과 같이 작은 규모의 지진들은 응력이 누적되어 단층이 존재하는 곳이면 지구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다.

한반도는 5억 4000만년 이전 선캄브리아 시대의 변성암으로 이뤄진 여러 개의 육괴들이 충돌해 뭉쳐져 만들어졌다. 특히 강원도에서 충청도를 거쳐 전라남도에 이르기까지 북동-남서 방향으로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옥천대는 중생대 초에 이르러 경기육괴와 영남육괴가 충돌하면서 압축력을 받아 만들어진 습곡 조산대이다. 또한 한반도는 일본열도와 신생대 초까지 붙어있었으나 약 2500만년 전부터 분리되면서 약 1000만년 전까지 동해가 확장됐다. 이런 과정에서 양산단층과 같은 우리나라 남동부의 단층들이 재활동하고 동해 연변해역에 후포단층, 울릉단층 등의 해저 단층이 새로이 만들어졌다. 따라서 작년과 올해에 발생하고 있는 동해해역, 양산단층 주변 그리고 옥천대를 따라 발생한 2.0에서 최대 4.0 정도의 비교적 작은 규모의 지진들은 살아있는 지구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지구는 숨을 쉬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가끔은 기침을 하고 몸살도 앓는다. 1978년 이후로 관측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규모 3.0 이상의 지진은 연간 대략 5~15회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규모 4.0 이하의 지진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거의 주지 않았다. 따라서 4.0 이하의 지진은 지구가 숨 쉬는 것같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가끔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지진도 발생한다.

1978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은 매년 평균 1~2회이며,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규모 5.0 이상의 지진도 1978년 이후로 10회 발생했다. 2016년 9월 12일에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지진은 우리나라 전자식 계기지진 관측 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었다. 역사서에는 현세대가 경험한 것보다 훨씬 큰 지진들이 기록돼 있다. 대표적으로 1643년 7월 24일 경상남도 울산시 일원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땅이 갈라지고 물이 용솟음쳤으며 대구, 안동, 김해 그리고 영덕 등지의 봉화대의 성가퀴가 무너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러한 역사지진들은 규모가 큰 6.5에서 7.0 사이의 지진으로 평가되며, 지구가 몸살을 앓았을 때와 같은 이례적인 지진이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판의 경계에서 떨어진 판 내부에 위치해 7.0 이상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판 내부에도 판 운동에 의한 응력이 지속해서 전달되며 곳곳에 단층들이 발달하기 때문에 규모 4.0 이하의 지진은 흔히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효율적인 지진 재난관리를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나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지진에 대한 관심과 논쟁보다는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중규모 이상의 지진에 대한 고도의 과학적 이해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와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 살아있는 역동적인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지진은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손문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