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자산운용 미국인컴(채권-재간접형)
금리인하로 흐름 바뀌면 자본차익
올해 설정액 400억 가까이 급증
금리변수 여전…최소 5년 묻어야
바야흐로 채권의 시대다. 지난해 금리가 치솟으며 채권값이 끝 모르고 떨어질 때 투자자들은 넋을 놓고 바라만 봐야 했다. 하지만 이젠 기회가 찾아왔다. 금리 인상이 곧 끝나고, 인하에 들어가게 되면 그동안 감당해야 했던 고통을 '자본차익'으로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 대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안정성을 갖추고, 하이일드(투기등급) 채권으로 수익성을 챙기는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아직은 금리 향방이 불확실한 만큼 근시안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멀리 보는' 투자가 적합하단 조언이다.
■올해만 설정액 약 400억 증가
2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얼라이언스번스틴(A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AB미국인컴(채권-재간접형)' 설정액은 554억1500만원(25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62억8400만원) 대비 3.4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금액으로는 391억3100만원이 늘었다.
이 펀드는 룩셈부르크에 설정된 'AB FCP I-아메리칸 채권수익 포트폴리오'에 재간접 투자하는 상품이다. 해당 피투자 펀드는 미국 국채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하이일드 채권으로 수익성을 보완하는 '신용 바벨 전략'으로 운용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신용 및 이자율 위험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다.
유재흥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 국채를 포함한 투자등급 채권 등에 최소 자산 50%를 투자하는 동시에 하이일드 채권 등에 전략적으로 50% 미만으로 배분해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신용위험을 완화한다"고 설명했다.
특정 자산 집중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멀티 섹터 전략'도 병행한다. 미 국채를 비롯해 미국 모기지담보부증권, 투자등급 회사채, 하이일드 채권, 이머징마켓 채권 등 다양한 섹터의 채권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인컴 발생원을 다각화하고 수익률도 강화하는 방식이다.
유 매니저는 "투기등급 채권 비중이 전체 포트폴리오 절반을 넘지 않게 조절하고, 원칙적으로 CCC 이하 등급 채권은 배재해 변동성을 낮춘다"고 전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포트폴리오는 미 국채(31.33%), 하이일드(23.76%), 투자등급 회사채(17.98%) 등으로 구성돼있다. 채권 신용등급별로 살펴보면 AAA가 34.78%로 가장 많고 BBB(24.76%), BB(19.60%), B(11.26%), A(7.56%) 등이 뒤를 이었다. CCC 및 그 이하 등급이나 무등급 채권은 각각 0%대다.
■"5년은 보고 투자하자"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필두로 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으로 채권가격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다 올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 국채 가격이 장기채를 중심으로 크게 뛰었고, 크레딧 시장도 활기를 되찾았다. 실제 금리인하까지 단행된다면 상당 자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도 나온다.
유 매니저는 "시장 예상처럼 경기 둔화, 물가 안정이 이뤄진다면 채권시장 전반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AB미국인컴 펀드'는 중기 국채와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고수익 채권을 주축으로 유동화증권 등 다양한 크레딧 채권을 포괄하면서 시장 변화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금리 방향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투자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참석자들이 향후 추가 긴축 정책이 어느 정도로 이뤄져야 적절한 지를 두고 불확실성이 높다"는 내용이 담겼다. 참여 위원들 간에 기준금리 경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 상태다.
확실한 사실은 매수 시점을 잘 잡아 짧은 기간에 '치고 빠지겠다'는 생각은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채권 직접투자가 아닌, 펀드 투자인 만큼 이른바 '뚝심'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 매니저는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기보다 변동성 높은 환경에서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률을 취하고자 하는 중장기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며 "채권투자는 기본적으로 '시간에 대한 투자'로, 효과 극대화를 위해선 인내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투자 기간은 최소 5년 정도로 잡아야 한다는 게 유 매니저 판단이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수익률이 높고, 재투자를 통한 복리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잦은 환매는 채권투자를 실패로 끌고 갈 확률을 높인다. 그는 "미국 국채는 '이자율 위험' 추이에 민감하게 움직이고, 하이일드를 포함한 크레딧 채권은 '부도 위험'을 지니고 있다"며 "다양한 채권들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투자한다면 흔들리는 대내외 시장 환경에서도 양호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