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자리한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맥주캔을 고르고 있다. 사진=박문수 기자
강남역 인근 옥외광고판에 켈리 광고가 송출되고 있다. 사진=박문수 기자
이태원역 인근 옥외광고판에 켈리 광고가 송출되고 있다. 사진=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3조5450억원 규모의 국내 맥주시장(2021년 출고액 기준)을 둘러싼 주류 3사의 경쟁이 치열하다. 하이트진로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신제품 ‘켈리’ 띄우기에 나서는 한편, 맥주시장 전통의 강자 오비맥주는 ‘카스’로 시장 절반을 점유하며 수성 중이다. 롯데칠성음료도 하반기 ‘클라우드’ 리뉴얼을 통해 다시 본격적인 경쟁에 가세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맥주 시장 10년 주기설’이 유행하고 있다. 한국 맥주의 패권을 장악한 1등 상품이 10년에 한 번씩 바뀐다는 주장이다. 실제 하이트진로 1999~2011년 맥주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2012년 오비맥주가 카스를 내세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이래 수성에 성공했다. 닐슨IQ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가정용 맥주시장에서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53.9%로 집계됐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출혈 감수'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 올해 1·4분기 매출은 3.39% 늘어 6034억원을 기록하면서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4% 줄어 387억원에 불과했다”며 “대세스타 손석구를 모델로 앞세워 강남역, 이태원역 등 번화가마다 옥외광고와 포스터를 붙이는데 막대한 판촉비를 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주류 시장점유율 1%를 끌어올리는 광고판촉비가 약 100억원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이달 마트에서 하이트진로가 오비맥주를 제치고 매출 1위를 기록했다. 2012년 이후 처음 역전이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하이트진로(44%), 오비맥주(44%), 롯데칠성음료(12%) 순이었던 맥주 매출은 이달 하이트진로 (48%), 오비맥주(42%), 롯데칠성음료(10%) 순으로 바뀌었다. 영업이익 감소를 각오한 하이트진로의 ‘물량공세’가 효과를 발휘한 가운데 10년 주기‘설’이 사실이 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마트 매출 순위 의미 낮아
한 편의점 주류 MD는 “대형마트의 경우 라면, 보냉팩, 전용잔 등 각종 판촉물을 붙여 판매하기 때문에 점유율 향상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며 “언제까지 손해보면서 영업할 수 없고 켈리 인지도가 충분히 올라온만큼 이제 ‘맥주 맛’으로 승부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를 출시한 2019년 1·4분기에도 영업손실 42억원을 기록했다. 테라가 참이슬과 함께 마시는 이른바 ‘테슬라’ 유행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자 출시 1년 만에 맥주 부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켈리, 테라 연합작전을 펼쳐 시장 절반을 점유하겠다는 구상이다. ‘소맥용’ 테라와 100% 덴마크산 맥아로 맛을 살린 켈 리가 각각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성적표는 맥주 성수기인 한 여름(7~8월)께 나올 예정이다.
맥주도 '식품'..승부는 '맛'
오비맥주도 지난 3월 100% 국산 쌀로 만든 라거 '한맥(HANMAC)'을 리뉴얼했다. 2021년 2월 출시 후 2년만이다. 원료 정체성을 강조하고자 병에 흰색 띠를 둘렀다. 10년 주기설의 근거가 소비자 입맛의 변화인만큼 맥주 본연의 맛을 찾는 소비자 수요에 발맞췄다.
오비맥주는 최근 한맥 신규 광고를 공개하며 ‘부드럽게 부드럽게 달라지다’라는 주제로 캠페인에 나섰다. 경쟁상품인 켈리와 이름이 같은 프로야구선수 케이시 켈리(LG트윈스)를 모델로 발탁했다. 유쾌한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에게 한맥을 각인시키는 한편 하이트진로에 견제구를 던진 모양새다.
롯데칠성음료는 하반기 클라우드 브랜드 전면 리뉴얼에 나선다. 롯데칠성이 2014년 출시한 클라우드와 2020년 선보인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는 깊은 풍미로 ‘충성고객’을 확보했다. 롯데칠성은 풍부한 향미를 위해 고품질 원료를 엄선했다고 설명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