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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가계부채, 문제없나?

[서초포럼] 가계부채, 문제없나?
국제금융협회가 최근 발표한 세계 각국 부문별 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3년 1·4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2.2%로, 조사대상국 중 GDP보다 높은 유일한 국가이다. 영국(81.6%), 미국(73.0%), 일본(65.2%), 중국(63.6%) 등 주요 비교대상 국가들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발표 가계신용 규모를 보아도 3월 말 기준 1853조9000억원으로 2022년 말 1867조6000억원에 비해 감소했으나 높은 수준이다.

부채는 자산과 비교하여 과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주택담보대출이 높다는 점과 자영업자의 신용대출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출현황 조사 결과 가계대출 잔액 676조8547억원 중에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75.2%에 이른다. 주택이 담보되어 있다는 것은 채권자인 금융기관은 안전성이 높겠지만 채무자인 가계는 고금리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게 높아지고 부동산 가격 하락까지 겹쳐 이중적 부담을 겪고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48.9% 증가했다. 코로나19 기간 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출은 6개월 단위로 만기가 5차례 연장됐고, 유예기간을 거치면서도 규모는 감소하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서 우려되는 것은 연체율 동향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은행 연체율은 0.33%로 2022년 말 대비 0.08%p 상승했고 저축은행(5.07%), 상호금융(2.42%), 카드사(1.53%), 캐피털(1.79%)은 더 높아졌다. 금융당국은 현재 연체율은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 수준이므로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최근 수개월간 증가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특히 자영업자 연체율이 0.37%로 2022년 8월 이후 계속 증가 추세이고, 상승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고금리, 경기둔화, 부동산 침체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자영업자는 2022년 현재 563만2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중 20.1%가 된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가계부채가 금융위기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된 것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를 현 수준보다 높이지 않는 것이다. 최근 열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적절한 것으로 판단되나, 물가안정 기조가 유지되면 금리인하도 검토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경기둔화 국면에서 빠른 시일 내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수출과 투자에 이어 소비심리까지 식어가면 제1차적 피해자는 자영업자가 될 소지가 높다. 지난 코로나19 기간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계층이 자영업자였지만, 고금리에 따른 원리금 상환 압박에 매상 부진까지 겹치면 연체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경기진작책도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수출이 회복될 때까지 수수방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또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도 놓쳐서는 안 된다.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를 근본적으로 구조조정할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시장원리에 벗어난 부채 탕감책이나 단순한 연명책에서 벗어나, 옥석을 분명히 가려서 제대로 지원하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