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어떤 기술이 조명을 받을 것인지 최첨단 기술에 대해 많이 질문한다. 연구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필자로서는 다소 부담스럽다. 이유는 채 무르익지도 않은 과제가 많을뿐더러 미완의 실험과 상용화 과정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상용화 과정 또한 길고 험하다. 그동안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한 기술들이 국민의 삶에 어떻게 녹아들어 편리함과 안전 그리고 따뜻한 복지 정보통신기술(ICT)을 누릴 수 있을지 설명코자 한다.
우선 'K-가드' 앱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대표적 사회문제 해결형 과제의 결과물이다. 'K-가드'를 통해 길을 가던 사람이 공사현장의 위험이 예상되자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앱에 게시한다. 앱은 지역 사람들에게 공사장이 근처에 있으니 주의하라는 알림을 준다. 시민들은 안전사고를 대비할 수 있다.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나 침수, 실종 등 11가지 위험을 실시간 알리는 앱을 개발했다.
두 번째는 '지능형 119 신고시스템'이다. 지난해 정부혁신 우수사례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소방청과 함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이 기술은 신고하는 상황이 잡음도 많고 부정확하며 신고자도 긴장해 재난신고 시 접수에 어려움이 많은데 이를 해결해 신속·정확하며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골든타임 확보와 긴급신고 접수 처리시간 단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은 '장애 맞춤형 콘텐츠 기술'이다. 이 기술은 사회문제 해결과 포용성장에 크게 이바지한 공로로 지난해 큰 상을 받았다. 연구진은 보유하고 있던 가상현실(VR) 기술, 메타버스 콘텐츠 기술 등을 발달장애인의 직업훈련에 적용했다. '바리스타' '스팀세차'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육콘텐츠를 만들어 장애인에게 가상직업훈련을 시켜줬다. 취업에 성공한 발달장애인들이 현재까지 20여명에 이른다.
이 외에도 많은 사례가 있다. 청각장애인의 병원 출입을 돕는 아바타 수어기술, 청각장애인이 촉각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돕는 촉각음정 시스템, 어르신의 낙상을 예측하고 감지하는 기술, 어르신의 벗이 되고 도와드리는 로봇 인공지능 기술, 어르신을 위한 착용형 보행보조 시스템 등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원에서는 국민의 생활과 안전, 편의를 위한 기술들을 주로 개발함으로써 보다 예측 가능한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실천을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이러한 기술들을 실증하고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법이나 규제 등에서 자유로워야 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한다.
주로 사례는 사회적 약자이거나 장애인, 어르신 대상 기술이 많다. 이제 미래는 고령화로 인해 건강한 생활, 삶의 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류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도 관련 연구의 상용화 허들을 빨리 뛰어넘길 기대해 본다.
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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