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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나몰라라…노조의 '역대급 청구서'

임단협 시작하는 기업들 긴장
D램 2위 내준 SK하이닉스 노조
"기술사무직 연봉 5.8% 올려야"
현대차 노조는 최대실적 앞세워
정년 만 60세 → 64세 요구할듯

비상경영 나몰라라…노조의 '역대급 청구서'
한국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자동차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비상경영에 들어간 가운데 노조 리스크까지 덮치는 내우외환이 현실화되고 있다. 반도체 한파로 역대급 실적부진을 겪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노조 측이 무리한 임금인상안을 준비하고 있어 올해 임금·단체협상이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현대차그룹 노조는 정년 65세 연장과 상여금 900% 지급 등 '역대급' 청구서를 내밀어 올해 경영부담의 핵심요소로 떠올랐다.

■대규모 적자에도 무리한 인상 요구

3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다음달 1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사측과 임금협상(임협) 상견례를 갖는다. 다음 날인 2일에는 이천·청주 전임직(생산직) 노조와 사측의 상견례가 예정되면서 SK하이닉스 노사가 본격적인 올해 임협에 돌입한다. SK하이닉스는 노조원들의 직무와 상위단체, 임금체계가 달라 복수노조 체제를 채택한 상태다. 이천·청주공장의 전임직 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이며, 2018년 9월 결성된 기술사무직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다.

상견례에 앞서 기술사무직 노조는 지난해 연봉 대비 5.8% 인상, 전임직 노조는 기본급 평균 25만원 정액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사측에 보냈다. 지난해 기술사무직 노조는 5.5% 인상률과 월 10만원 정액인상에 대해 사측과 합의했으며, 전임직 노조는 약 10%인 기본급 30만원 인상에 교섭을 타결했다.

SK하이닉스는 임협 전 선인상을 통해 연초 기술사무직은 연봉의 2%, 전임직은 경력급에서 월 9만원을 인상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4분기 3조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D램 점유율도 마이크론에 2위를 내준 상황에서 노조의 인상안을 충족시키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면서 "다만 인재유출 등을 우려해 삼성전자의 인상률과 거의 비슷하게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4일 노사협의회와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 4.1%(기본인상률 2%·성과인상률 2.1%)에 합의했다. 하지만 전국삼성전자 노조는 최소 6% 이상의 임금인상률을 요구하면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신청을 냈다.

■섣부른 정년연장 카드까지

올해 1·4분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한 현대자동차 노조는 임단협에서 정년연장안(만 60세→만 64세)을 우선 협상안으로 제시할 방침이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65세) 전까지 근로활동을 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기아 역시 정년연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다음달 중순 올해 임단협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간다. 이동석 현대자동차 대표이사(부사장)는 이날 현대차 임직원과 가족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에서 "하반기 단체교섭을 비롯한 노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내부 문제를 성숙한 자세로 잘 풀어나가기 위해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노동계 중앙단위에서 정년연장을 의제로 설정하지는 않고 있다"며 "내년 총선 이후에야 정부, 재계, 노동계 3자 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