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는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과 공동으로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지식재산(IP) 감정평가 제도 선진화 방안'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파이낸셜뉴스] 날로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지식재산(IP) 가치평가에서 특허 등 IP 전문가인 변리사에게 가치평가 업무를 명확히 하는 것을 두고 감정평가업계와 변리사업계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치평가의 핵심인 소비자의 선택권을 위해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지식재산 가치평가 변리사법에도 명시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가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과 공동으로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지식재산(IP) 감정평가 제도 선진화 방안' 콘퍼런스에서는 지식재산 가치평가를 두고 변리사들과 감정평가사들간 공방이 이어졌다.
박성필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날 콘퍼런스에서 양측의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은 감정평가사들처럼 변리사들에게도 가치평가 업무를 명확화할 수 있느냐 여부였다.
현행 감평사법 시행령은 감정평가사의 직무를 대통령이 정하는 '토지 등'으로 규정해 부동산은 물론 저작권 및 산업재산권 등 지식재산권과 같은 모든 무형자산의 감정까지 포함하고 있다. 만약 감정평가사나 감정평가법인이 아닌 곳이 관련 업무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분까지 담고 있다.
변리사들은 이 규정이 변리사의 지식재산 가치평가 업무를 침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현재도 실질적으로 IP 감정평가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법상 명문화된 규정이 없어 제대로된 경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IP가치평가 건수를 보면 감정평가사의 경우 평균 893건 수준이었던 반면 변리사는 2022년 1550건을 기록한 것을 포함해 연평균 954건으로 오히려 감정평가사보다 많았다.
이에 변리사회는 지난달 규제개혁위원회에 해당 조항이 국민의 재산권 및 전문자격사인 변리사의 직무수행 권한을 침해해 해당 조항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규제개선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한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는 이주환 의원이 발의한 산업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것을 변리사의 감정업무로 명확히한 변리사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대한변리사회 지식재산감정위원회 위원장인 이봉진 변리사는 "법안 개정을 통해 변리사의 감정평가 업무를 명문화 함으로써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변리사만의 고유 업무라는 게 아니라 공정한 시장 안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감정평가사업계의 경우 근본적으로 변리사가 감정평가에 참여하는게 맞지 않다는 분위기다. 올해 초 감정평가사협회는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감정평가법인 삼일의 이상용 무형자산사업부 본부장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특허 등 지식재산의 생산과 가치평가를 변리사가 같이 한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마치 건설사가 본인의 건물을 평가하겠다는 것으로, 변리사가 유사감정평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IP 가치평가 시장 구축 중요
다만 참석자들은 근본적으로 가치평가 업무는 수요자인 소비자 중심으로 발전해야 한다는데 입장을 같이 했다. 법이나 제도 개선이 가치평가를 활용하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배동석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부사장은 "특허권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특허권, 특허권 담보대출, 침해소송 등에서 평가서나 보고서를 만든다"면서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이 해야 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품질의 평가서를 받고 싶다"고 전했다.
조경선 한국지적재산권경상학회 전 회장도 "각자의 전문영역을 인정하면서 시장에서 평가서가 인정받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특허분석은 변리사가 하는게 맞고 시장분석과 재무분석도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감정평가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재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식재산을 거래하는 것과 지식재산금융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과거 사업화 이전 단계에서 주로 이뤄지던 산업재산권이 이제는 회수시장, M&A 등 끝단까지 바라보고 감정평가를 고민해봐야 한다"면서 "자격에 대한 고민 보다는 지식재산 가치평가에 대해 수요자들이 평가서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철 지식재산기자협회장은 "무형자산이라는 것은 고정자산이나 유형자산과는 평가 기준이랑 감정이 달라야 한다"면서 "최근 전세사기 문제에서 보듯 사회적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감정이나 평가는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 개정으로 공정한 시장 구축해야
홍장원 대한변리사회장은 "감정평가사 시행령에는 산업재산권을 독점하는 형식으로 시행령이 제정돼 있고 변리사법에는 감정으로 돼 있다보니 각종 거래처에서 감정평가사 이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질적으로 협력이나 공조를 하자고 하지만 하청이나 상하관계처럼 인식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타트업에 거래나 실적을 요구하는 등 현재의 IP가치평가는 회계나 감정평가업계 관점으로 너무 흘러오다보니 무형자산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변리사들이 특허를 제일 잘 아니까 제대로 설명하고 주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법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주환 의원은 "법으로 어떤 자격을 결정해주는게 중요하지만 결국은 시장 논리에 따라 IP 가치 평가에 있어서는 수요자들이 변리사가 잘할지 감평사가 잘할지 멀지 않은 시간에 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IP가치평가에 있어서는 변리사가 전문적이라는 상식이 있어서 동등한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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