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박사, 원자현미경 원천기술 보유
유럽 아이멕에 원자현미경 공급 후 거래처 늘어나
연평균 30% 성장, 지난해 매출 1246억 달성
반도체 이어 디스플레이 등 원자현미경 범위 확대
"중장기적 바이오 등에서 전자현미경 대체할 것"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 파크시스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공정에 있어 원자현미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반도체 공정에 '있으면 좋은 장비'였던 원자현미경이 지금은 '반드시 필요한 장비'로 인식이 바뀌었다"고 4일 밝혔다.
박 대표가 지난 1997년 창업한 파크시스템스는 사물을 나노미터(㎚, 10억분의 1m)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원자현미경(AFM) 사업에 주력한다. 원자현미경은 최근 반도체 회로선폭이 나노미터 단위로 미세화하면서 국내외 유수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 도입이 활발히 이뤄진다.
박 대표는 원자현미경 사업을 하게 된 계기를 묻자 "운이 좋았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원자현미경 분야 석학인 캘빈 퀘이트 교수와 함께 관련 연구를 진행했으며,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자연스럽게 관련 아이템으로 창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 198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원자현미경 업체를 창업했다. 당시 가정집에 월세로 들어간 뒤 자동차 2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사업장으로 활용했다. 그가 창업한 피에스아이는 미국 현지에서 독보적인 원자현미경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 마음속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국에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커져 갔다. 결국 그는 피에스아이를 현지 업체에 매각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파크시스템스를 설립했다.
하지만 원자현미경 분야 원천기술과 함께 자금력, 국내외 다양한 인맥을 보유했음에도 그가 한국에서 관련 사업을 안착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박 대표는 "외환위기 전후 우리나라 창업과 경영 환경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비교해 인력 확보 등에 있어 턱없이 불리하기만 했다"고 토로했다.
고전하던 박 대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연구기관인 벨기에 아이멕(IMEC)으로부터 원자현미경을 도입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은 것이다. 아이멕과 협력한 뒤 파크시스템스 원자현미경을 원하는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그 결과, 파크시스템스는 지난 201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30% 매출액 성장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출액 1246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률은 26%에 달했다.
박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원자현미경이 기존 전자현미경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자현미경 시장은 현재 연간 6000억원 가량이며, 전자현미경은 이보다 8배 정도 큰 5조원 규모로 형성됐다. 전자현미경은 독일 자이스, 일본 히타치 등이 전 세계 시장을 과점한다.
그는 "그동안 반도체 공정에 적용돼 온 원자현미경이 최근 디스플레이, 전자부품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한다"며 "특히 현재 전자현미경이 주로 쓰이는 바이오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글로벌 경영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파크시스템스는 최근 구축한 중국 상하이 영업사무소를 포함해 현재 전 세계 11개국에 총 13개 거점을 운영 중이다. 원자현미경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현재 경기 수원에 있는 본사를 2025년 말 과천 신사옥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인수·합병(M&A) 전략도 구사할 방침이다.
실제로 파크시스템스는 지난해 독일 계측장비회사 아큐리온을 인수했다. 아큐리온은 '이미지 분광 타원계측'(ISE)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했다.
박 대표는 "전 세계 원자현미경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인접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회사 내 미래사업개발부를 만들어 M&A 후보를 계속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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