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지수 통계로 본 주택시장
부동산원 내놓는 실거래지수 통계
표본 통계엔 공식 사후 확인 뒤 반영
실거래지수로는 작년 12월 이후 반등
표본통계에선 올 4월까지 하락세 유지
"실거래지수나 랜드마크 흐름 보는 게 실수요자 입장에선 상황 파악에 유리"
"집값 상투와 바닥은 지나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2주 연속 상승하면서 바닥논쟁 또한 시장을 달구고 있다. 집값 바닥을 분석하는데 여러 지표를 활용하는 데 그 중 하나가 '실거래가지수' 통계다. 한국부동산원에서는 표본통계 외에도 보조통계로 실거래 통계를 내놓고 있다. 이 통계는 실거래 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것. 표본통계의 경우 나홀로 단지까지 포함하고 있다. 특히 집값 변곡점 때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4일 파이내셜뉴스가 한국부동산원의 표본과 실거래지수통계를 분석한 결과 아파트 매매가는 이미 지난해 말 바닥을 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투 시점도 표본 보다 훨씬 앞서 나타나는 등 실거래 통계를 통해 '바닥과 꼭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둘 다 장단점이 있지만 표본조사는 실거래지수보다 너무 늦다"며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실거래 통계나 2000가구 이상 대단지 랜드마크 시세 흐름을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집값 바닥·상투, 실거래 통계는 이미 안다?
현재 아파트 시장은 과잉 유동성으로 집값이 폭등한 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으로 하락국면이 진행중이다. 표본통계로 보면 서울 아파트 값이 긴 하락을 벗어나 반등했지만 2주에 불과해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단정 짓기에는 역부족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실거래지수는 이미 바닥을 예견했다는 점. 실거래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 바닥은 지난 2022년 12월(매매지수 141.5·변동률 -3.56%)이었다. 이후 올 1월 1.10% 올랐고, 2월 1.95%, 3월 1.61%, 4월 1.22%(잠정) 등 4달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국 기준으로 아파트값 바닥은 올 1월이다. 1월에 -0.73% 변동률을 기록한 뒤 2월부터 4월까지 오름세가 유지되고 있다. 표본통계로는 서울이나 전국이나 올 4월까지 하락세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통상 실거래가 통계는 일정 시차를 두고 표본통계에 반영된다. 서울 아파트값 표본통계가 월간 기준으로 5월에 플러스로 돌아선다면 5개월 가량 시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통계를 분석해 보면 결국 지난해 말이 저점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파트값 고점도 실거래 통계는 미리 알고 있었다.
표본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2022년 1월 고점(매매지수 104.4·변동률 0.00%)을 찍고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5개월간 장기간 하락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도 2022년 1월이 고점(매매지수 106.3·0.08%)으로 기록돼 있다.
실거래 통계는 표본보다 고점이 빠르다. 서울은 2021년 10월(188.1·0.28%)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2002년 1년간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다. 전국도 2021년 10월(144.0·1.03%) 고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즉 실거래 통계는 표본통계에 3개월여 앞서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본 것. 실거래 통계를 보고 2012년 10월에 집을 판 사람이라면 고점에 매도한 셈이다.
■과거 수치 보니..항상 앞섰던 실거래가 통계
고점과 바닥을 미리 파악하는 것은 실수요자나 투자자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최근 사례도 그렇지만 과거 통계를 봐도 실거래 통계가 먼저 움직이고 일정 시차를 두고 표본통계가 뒤를 따랐다.
서울 아파트값이 폭락했던 2010년부터 2013년을 예로 들어보자.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다 미분양 아파트가 16만 가구를 넘어설 정도로 공급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판교, 위례, 동탄 등 2기 신도시 입주도 집값 하락에 기여했다. 전국 집값은 올랐지만 서울은 낙폭이 컸다.
표본통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2010년 2.06% 하락한 뒤, 2011년 -0.38%, 2012년 -6.65%, 2013년 -1.28% 등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4년간의 침체국면을 겪은 바 있다.
당시 표본통계상 서울 집값 고점은 2010년 2월(81.5·0.26%)이다. 이후 월별 기준으로 소폭 오름폭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하락국면이 장기간 이어진다.
그렇다면 실거래 통계에서 전하는 고점은 어느 시점일까. 표본통계보다 다소 빠른 2009년 9월(84.7·0.98%)이다. 2009년 한해 동안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전년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무려 21.21% 올랐다. 하지만 이미 그해 9월부터 고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2013년 침제국면의 바닥은 어디일까.
표본통계로는 2013년 8월(72.5·-0.47%)이다. 9월부터 소폭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2014년 서울 아파트값은 1.99%로 플러스 변동률로 돌아섰다.
실거래가가 말하는 저점은 표본보다 무려 8개월이 빠른 2012년 12월이다. 당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매매지수가 72.1로 최저점을 찍었다. 2013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연간 기준으로 3.14% 올랐다. 표본통계는 1.28% 떨어졌지만 실거래는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표본통계 대신 실거래 통계 보는 게 유리
KB 통계에서도 부동산원의 실거래지수와 비슷한 선행 통계가 있다. 바로 'KB 선도 아파트 50지수'다.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국 주요 아파트 가운데 시가총액(세대수와 가격을 곱한 것) 상위 50개 단지를 매년 선정해 시가총액의 지수와 변동률을 나타낸 것이다. 단 부동산원의 실거래가보다는 통계 대상 등이 제한적이라 전반적인 실거래 흐름을 살펴보는 데는 다소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표본통계도 나름 장점이 있지만 실수요자나 투자자라면 실거래가 통계를 참고하는 것이 더 좋다는 설명이다.
박 위원은 "표본통계는 실거래가가 뛰고 나서 공식적으로 사후 확인하는 통계"라며 "표본수가 많아지면서 시장 흐름이 좀 늦게 반영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집값이 변곡점에 들어선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함영진 직방 실장은 "실제 거래가 있는지 없는지, 또 얼마에 거래되는 지 등을 명확하게 보려면 실거래 통계가 낫다"며 "표본통계는 시장의 국면이나 추이를 바라보는 데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돌이켜 보면 실거래가 통계 등을 봤을 때 서울 아파트값 바닥은 지난해 4분기가 바닥을 찍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거래가 통계도 단점은 있다. 특히 거래량이 부족할 경우 일부 단지 급락과 급등에 통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표본통계보다는 여전히 시장 상황을 잘 반영하는 지표가 실거래지수다.
집값 통계 전반에 대해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원철 한양대 교수는 "표본통계만 놓고 봐도 방향성이 부동산원 다르고, 부동산R114 다르고, KB도 다 다르다"며 "표본이든 실거래 통계이든 시장 상황을 좀 더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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