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
美 실리콘밸리서 인정받은 기술
2015년 코스닥 입성 '매출 1천억'
5조 규모 전자현미경 시장 맞서
11개국 영업사무소 전투적 경영
"반도체 공정에 있어 원자현미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사진)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반도체 공정에 '있으면 좋은 장비'였던 원자현미경이 지금은 '반드시 필요한 장비'로 인식이 바뀌었다"고 4일 밝혔다.
박 대표가 지난 1997년 창업한 파크시스템스는 사물을 나노미터(㎚, 10억분의 1m)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원자현미경(AFM) 사업에 주력한다. 원자현미경은 최근 반도체 회로선폭이 나노미터 단위로 미세화하면서 국내외 유수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 도입이 활발히 이뤄진다.
박 대표는 원자현미경 사업을 하게 된 계기를 묻자 "운이 좋았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원자현미경 분야 석학인 캘빈 퀘이트 교수와 함께 관련 연구를 진행했으며,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자연스럽게 관련 아이템으로 창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 198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원자현미경 업체를 창업했다. 당시 가정집에 월세로 들어간 뒤 자동차 2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사업장으로 활용했다. 그가 창업한 피에스아이는 미국 현지에서 독보적인 원자현미경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 마음속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국에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커져 갔다. 결국 그는 피에스아이를 현지 업체에 매각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파크시스템스를 설립했다.
하지만 원자현미경 분야 원천기술과 함께 자금력, 국내외 다양한 인맥을 보유했음에도 그가 한국에서 관련 사업을 안착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박 대표는 "외환위기 전후 우리나라 창업과 경영 환경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비교해 인력 확보 등에 있어 턱없이 불리하기만 했다"고 토로했다.
고전하던 박 대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연구기관인 벨기에 아이멕(IMEC)으로부터 원자현미경을 도입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은 것이다. 아이멕과 협력한 뒤 파크시스템스 원자현미경을 원하는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그 결과, 파크시스템스는 지난 201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30% 매출액 성장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출액 1246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률은 26%에 달했다.
박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원자현미경이 기존 전자현미경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자현미경 시장은 현재 연간 6000억원 가량이며, 전자현미경은 이보다 8배 정도 큰 5조원 규모로 형성됐다. 전자현미경은 독일 자이스, 일본 히타치 등이 전 세계 시장을 과점한다.
그는 "그동안 반도체 공정에 적용돼 온 원자현미경이 최근 디스플레이, 전자부품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한다"며 "특히 현재 전자현미경이 주로 쓰이는 바이오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글로벌 경영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파크시스템스는 최근 구축한 중국 상하이 영업사무소를 포함해 현재 전 세계 11개국에 총 13개 거점을 운영 중이다. 원자현미경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현재 경기 수원에 있는 본사를 2025년 말 과천 신사옥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인수·합병(M&A) 전략도 구사할 방침이다.
실제로 파크시스템스는 지난해 독일 계측장비회사 아큐리온을 인수했다. 아큐리온은 '이미지 분광 타원계측'(ISE)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했다.
박 대표는 "전 세계 원자현미경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인접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회사 내 미래사업개발부를 만들어 M&A 후보를 계속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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