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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대 끊기나..전승자들-문화재청 갈등

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대 끊기나..전승자들-문화재청 갈등
과거 경기민요 공연 포스터

[파이낸셜뉴스] 최근 문화재청이 국가 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를 특정 명창으로만 인정 예고하자 경기민요 전승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소리가 다르다는 점으로 여러 계파의 다양성이 인정돼왔음에도 불구, 문화재청이 경기민요의 맥을 끊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문화재청은 과거에도 유파별로 지정된 것이 아니라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7일 경기민요 전승자 모임에 따르면 최근 이들 모임은 문화재청장 수신으로 '계보 통폐합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달 문화재청은 경기민요 보유자로 김혜란·이호연 명창을 인정할 계획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경기민요는 서울과 경기에서 주로 불리던 전문 민요로 지난 1975년 문화재청의 전신인 문화재 관리국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대표적인 경기민요는 '경기 12잡가'로 유산가, 적벽가, 제비가, 소춘향가, 선유가, 집장가, 형장가, 평양가, 십장가, 출인가, 방물가, 달거리 등 12곡으로 구성돼 있다.

문화재청은 초대 경기민요 보유자로 묵계월, 이은주, 안비취 3명을 인정해왔다. 민요계에 따르면 묵계월 유파는 적벽가·선유가·출인가 ·방물가를, 이은주 유파는 집장가·평양가·형장가·달거리를, 안비취 유파는 유산가·제비가·소춘향가·십장가를 전승 교육해왔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경기민요 보유자 최종 후보자로 김혜란(안비취 유파)과 이호연(안비취 유파) 명창만 인정·예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안비취 유파와 달리 하는 김장순(이은주 유파), 김영임(묵계월 유파) 명창이 최종 후보자에서 탈락하면서 문화재청이 계파 통합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게 전승자 모임의 주장이다.

최근 전승자 모임은 기자들에게 보낸 호소문을 통해 "문화재 위원회에서 지정 심의가 의결된다면 경기민요는 이춘희(안비취 유파), 김혜란(안비취 유파), 이호연(안비취 유파) 3명의 국가문화재 보유자가 안비취 유파로 천하통일 된다"며 "묵계월 유파와 이은주 유파는 국가무형문화재 지위를 상실하고 사실상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은 수천여명의 경기민요 전승자와 수만여명의 일반 전승자의 운명이 달리기도 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본지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애초 유파별로 지정된 사안이 아니라며 인정 조사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못 박았다.


문화재청 측은 "경기민요는 1975년 7월 12일 지정 당시 유파별로 지정된 것이 아니라 안비취, 묵계월, 이은주 3명의 보유자가 복수로 인정돼 지금까지 전승돼 왔다"며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조사는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및 보유자 인정 등의 조사·심의에 관한 규정',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및 보유자 등의 인정 조사기준 고시'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일정한 절차를 통해 보유자로서 적합할 경우 인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보유자 인정조사는 조사 계획 반영 이후 대상자 신청 공모에 의해 1단계와 2·3단계 조사를 거쳐 무형문화재위원회에서 조사결과 검토를 통해 김혜란, 이호연 씨를 인정 예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논란 해결책에 대해서는 "이번 인정 예고 대상자가 되지는 못했으나 묵계월·이은주 선생의 제자 3명이 전승 교육사로서 활동하며 이수자들을 양성하고 있다"며 "문화재청에서는 이수자 이상 전승자들이 전승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