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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때문에 대출에 지분 매각까지… 6兆 낸 삼성家, 아직도 6兆 남았다

상속세 때문에 대출에 지분 매각까지… 6兆 낸 삼성家, 아직도 6兆 남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지난해 10월 25일 경기도 수원시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이후 홍라희 삼성미술관리움 전 관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4조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 오너 일가의 대출 사유는 총 12조원 이상의 역대 최대 규모 상송세 재원 마련을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들이 6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대신 지주회사 NXC의 지분 30% 가량을 정부에 물납한 사실이 공개되며, 삼성 오너 일가의 상속세 마련을 위한 대출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주식 팔고 대출 받아 '상속세' 납부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라희 전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최근 각각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1조4000억원, 5170억원, 19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삼성 주요 계열사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외에도 5월 현제 세 모녀의 주식담보대출 규모는 총 4조781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대출은 총 12조원이 넘는 거액의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납세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6조원 이상을 납부했지만, 향후 3년간 추가로 납부해야 할 금액은 6조원 넘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세 모녀가 받은 주식 담보 대출의 금리는 5%대로, 향후 부담해야 할 대출 이자만 연간 2000억원이 넘는다.

유족들은 부족한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경영권 약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부 계열사 주식까지 매각했다. 홍 전 관장은 작년 3월 삼성전자 지분 약 2000만주를 팔았다. 이 사장은 삼성SDS 주식 약 150만주를, 이 이사장은 삼성SDS 주식 300만주 전량과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매각해 상속세를 충당했다.

특히 소액주주 피해를 방지하고 '고가 매각' '특혜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제3자에게 신탁해 투명하게 처리하기까지 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원천 차단한 모범적인 준법 거래"라고 평가했다.

상속세 때문에 대출에 지분 매각까지… 6兆 낸 삼성家, 아직도 6兆 남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마지막날인 지난해 6월 6일 많은 시민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사회환원에 국가 상속세수 25%까지 도맡아

유족들이 상속세 재원 마련에 고심하는 원인은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산 중 큰 부분을 사회에 환원했기 때문이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 유족들은 2021년 거액의 상속세가 부과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수조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사회환원을 실천했다. 국보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미술품 총 2만3000여점을 국가 기관에 기증하고,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에 1조원을 기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기증된 미술품 가치가 최대 10조원에 달한다고 알려지며 일각에서는 유족들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일부 작품을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국가에 기증했다"며 "당시 사회환원 유산 규모가 고인이 남긴 유산의 60%에 달한다고 추정됐다"고 전했다.

삼성가의 상속세 납부는 국내 상속세수 급증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수는 △2019년 3조1000억원 △2020년 3조9000억원이었는데, 이건희 회장 별세 후 △2021년 6조9400억원 △2022년 7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예상 상속세수는 8조9000억원이다. 삼성가가 매년 2조원 이상 납부하며 국가 전체 상속세수의 25%를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환원을 통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주식 매각과 주식담보대출로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지만, 삼성 오너 일가들은 여전히 '주식 부자'라는 프레임에 갇혀있다.

최근 국내 한 데이터분석 업체가 '여성 주식 부자'에 홍 전 관장과 이 사장, 이 이사장을 거론하며 각각 보유 지분 가치가 128.5%, 232.8%, 184.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별세하며 유족들에게 남긴 주식을 나눠받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 모녀가 상속받기 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주식만 따지면 지난 3년 사이 오히려 지분가치가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 2020년 말에 비해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주가는 각각 -11%, -15%, -20%, -29%까지 하락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오너 일가가 지배력 유지를 위해 무리한 방식을 동원해 재원을 만드는 대신, 모범적인 방법으로 납세 의무를 준수하며 상속세 납부에 있어서도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과도한 상속세에 정부가 넥슨 2대 주주가 된 비상식적 상황까지 발생한 만큼, 상속세 폐지에 가까운 완화 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상속세 때문에 대출에 지분 매각까지… 6兆 낸 삼성家, 아직도 6兆 남았다
지난해 4월 2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날 개막한 전시에서는 이 회장이 생전에 모은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의 다양한 작품 2만3000여 점의 기증품 중 295건 355점을 선보인다. 오는 8월 28일까지 4개월 간 열린다. 뉴스1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