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까지 2조5332억원 발행
정부 발행 최소화 입김 안 먹혀
회사채 발행시장 추가악재 우려
지난해 국내 채권시장을 마비시켰던 '레고랜드 사태'로 정부가 지방공사채 발행을 제지하고 나섰으나 그 규모가 되레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체 채권발행을 줄이며 정책 기조에 협조하고 있으나 출자·출연기관들은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발행된 지방공사채 금액은 모두 2조533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2145억원) 대비 2배 넘게 불어난 수치다.
발행주체별로 보면 경기주택도시공사가 776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매월 채권을 발행한 결과로, 표면이율은 2.85~4.273%였다. 광주광역시도시공사(3347억원), 서울주택도시공사(2901억원), 부산도시공사(22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두 차례 금융시장 안정화 및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은 없는 분위기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2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지방채·공사채 증권 신규발행을 최소화하라고 권고한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9월 말 강원중도개발공사(GJC) 기업회생 신청으로 공공기관 채권을 넘어 회사채 시장으로까지 번진 투자자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이 마련됐으나 지방 공기업들은 여전히 주택·도로 개발을 위해 채권발행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방채는 발행 저지 효과가 일부 반영된 모양새다. 5월 말까지 1조6441억원어치가 발행됐는데 이는 전년동기(2조770억원)보다 20% 넘게 줄어든 금액이다. 실제 행안부가 지자체들의 채권발행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그 규모를 최소화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지방 공기업들도 그 대상에 올라 있긴 하지만 이들은 채권발행을 집행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채권부문 관계자는 "정부정책 자체가 지방의 채무를 줄이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기 위해 나온 만큼 이 같은 흐름은 그 취지에 배치되는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 등 국책사업과 관련된 사안이 많다 보니 수도권 공기업을 중심으로 채권발행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며 "수도권 개발사업은 기본적으로 수익률도 좋아 지방재정에 해가 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공적기관에서 발행하는 우량채권들 탓에 가뜩이나 기를 펴지 못하는 회사채 발행 시장에 추가 악재를 던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자금을 흡입해왔던 한국전력채는 발행을 멈추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들이 여전히 활발하게 특수채 발행에 나서고 있고 특례보금자리론을 위한 주택저당채권(MBS) 발행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실제 지난 1월 4조6969억원에 달했던 회사채 발행액이 4월 1조3555억원으로 대폭 감소했고, 이달엔 처음 순상환(4397억원)으로 돌아섰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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