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자산 2조원 미만의 상장사에 대한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시기를 5년 유예키로 했다. 회계투명성 제고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연구와 함께 최근의 경영실적 악화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회계개혁이 5년을 넘은 시점에서 재계 의견을 고려해 감사인 지정비율 적정화, 표준감사시간 적용 유연화 등 조치도 실시한다.
금융위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회계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그해 10월 외부감사법이 전부 개정돼 주기적 지정제 등 신(新)회계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났다. 회계투명성을 높였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동시에 기업의 감사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했단 부정적 시각도 상존하는 만큼 이번에 보완방안을 내놓았다.
일단 자산 2조원 미만 중소형 상장사에 대해선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시기를 기존 2024년에서 2029년으로 연기한다.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선 계획대로 외부감사를 올해부터 도입한다. 다만, 도입 유예를 신청한 기업들에 한해 최대 2년간 유예를 허용한다.
연결 내부회계 감사의견 공시기업에 대해선 별도 내부회계 감사의견 공시의무를 면제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2조원 이상 상장사부터 내부회계 감사범위가 연결 기준으로 일원화돼 중복보고에 따른 비효율이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 규모 1000억~5000억원 규모의 중소 비상장사가 신규 상장하는 경우 이 제도 적용을 3년 유예한다. 상장 유인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과 일정 규모 이하 신규 상장기업에 의무를 면제하는 미국(5년), 일본(3년) 사례를 감안했다.
기업들이 가장 큰 불만을 제기했던 감사인 지정제도 보완된다. 우선 회계부정과 관련성이 낮거나 경미한 감사절차 위반에 따른 지정 사유는 폐지하거나 과태료 등으로 대폭 전환한다. 특히 회계부정 위험과 직접적 연관성이 떨어짐에도 전체 사유의 약 25%를 차지하는 '재무기준 미달사유'는 법령 개정을 통해 없앨 계획이다. 하지만 2020년부터 시행된 주기적 지정제는 3년밖에 되지 않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상장사와 소유·경영 미분리 대형 비상장사가 6년간 감사인을 자유선임한 후 3년간은 정부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방식이 유지된다는 의미다. 다만, 정책 효과 분석을 위한 정보 확보 시점에 개선 여부를 재검토할 방침이다.
표준감사시간이 강제사항으로 오인될 수 있는 공인회계사회 회칙 및 행동강령 조항도 폐지한다. '가이드라인' 성격을 명확히 한다. 여태 일부 지정 감사인이 개별회사의 특성을 무시하고 표준감사시간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과도한 감사보수를 요구한다는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셈이다. 이와 함께 15명으로 구성된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 중립성 제고를 위해 공인회계사회장이 추천한 '회계정보이용자' 위원 수를 기존 4명에서 2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추천기관도 금융감독원으로 변경한다. 이는 공인회계사회장이 위촉한 회계업계(5명), 정보이용자(4명) 등 9명 위원과 금감원 위원 1명만으로 기업계(5명) 참석 없이도 회의 개최 및 결의가 가능하다는 지적을 고려한 조치다.
지정감사인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 감사보수 증가에 따른 비용부담 등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한국거래소 내 중소기업 회계지원센터를 지정감사인과 기업 간 중립적 분쟁조정기구로 활용하는 게 첫 번째다.
감사인 권한남용행위 적발 시 정부에 지정취소 및 관계자 징계를 건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적격성이 떨어지는 감사팀을 구성한 회계법인에는 다음 연도 지정 시 지정기업 수를 차감하는 등 불이익이 주어진다. 또 재무기준 직권지정 사유는 폐지 전까지 지정 여부 판단기준을 연결재무제표에서 별도재무제표로 변경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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