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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입은 베르디가 온다..국립오페라단, 22~25일 '일 트로바토레'

청바지 입은 베르디가 온다..국립오페라단, 22~25일 '일 트로바토레'
국립오페라단 '일 트로바토레'

국립오페라단이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맞아 그의 대표작 '일 트로바토레'를 오는 22~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음유시인'이라는 뜻의 '일 트로바토레'는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와 함께 베르디 3대 오페라의 하나로 손꼽히는 명작이다.

'일 트로바토레'는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자신을 납치한 집시 부인의 손에서 자란 만리코가 주인공이다. 자신의 신분을 모르는 만리코가 친형 루나 백작과 여인 레오노라를 두고 경쟁하면서 복수에 휘말리게 되는 비극을 그린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무대 배경을 15세기 초 스페인에서 현대의 미국으로 옮겨온다는 점이다. ‘범죄와 내전으로 파괴된 도시’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주인공 만리코의 조직을 이민자들의 조직으로, 상대역인 루나 백작의 조직은 백인 우월주의 집단으로 그려 두 세력 간의 대립을 그린다. 인종차별과 폭력 등 현대사회의 문제를 작품에 녹여내 동시대성을 보여준다는 의도다.

파격적인 의상과 현대적 감각의 무대도 눈길을 끈다. 무대 배경을 현대의 미국으로 옮겨옴에 따라 만리코는 후드에 청바지를 입고, 루나 백작은 제복을 연상시키는 가죽자켓을 입는다. 또 무대는 미국의 할렘가를 연상시키는 그래피티 등을 활용해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세계적인 연출가 잔카를로 델 모나코와 신예 마에스트로 레오나르도 시니가 각각 연출과 지휘를 맡은 이번 작품에는 국내외 정상급 성악가들이 총출동한다. 기구한 운명을 지닌 만리코는 테너 국윤종과 이범주가, 루나 백작은 독일 베를린 도이체 오퍼 극장 주역으로 활동한 바리톤 이동환과 강주원이 맡았다.
또 형제의 갈등에 휘말리는 레오노라는 소프라노 서선영과 신예 에카테리나 산니코바가 연기한다.

국립오페라단은 현장 공연의 생생한 감동을 온라인을 통해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24일 오후 3시 공연의 경우, 국립오페라단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크노마이오페라나 네이버를 통해 라이브로 즐길 수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