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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마켓 시리즈] 리걸테크

[파이낸셜뉴스] 리컬테크는 법률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기존의 관행을 깨트린 혁신적 법률서비스냐,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플랫폼 사업자냐를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서로 간의 합의를 통한 해법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최종 결정은 정치권에서 도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 개척과 전통적 법률서비스와의 대결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로앤컴퍼니, 로앤굿, 엘박스 등 리컬테크 업체들은 한마디로 악전고투하고 있다.

■로앤컴퍼니 누적 상담 74만건
로앤컴퍼니는 2014년 7월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LawTalk)'을 출시한 후 성장을 구가해왔다. 로앤컴퍼니에 따르면 2022년 7월 말 기준 누적 방문자 약 3070만명을 기록했다. 누적 방문자 수는 2020년 7월 1420만명에서 2021년 7월 2040만명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누적 법률상담 건수는 약 74만건에 달한다. 2021년 말 기준 로톡에서 진행된 법률상담을 통해 사건을 수임하며 발생한 연간 추정 수임 거래액은 약 4735억원에 이른다.

2021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 '2021년도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참여기업'에 선정됐으며, 2022년 1월 약 230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면서 누적 투자액은 4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최초의 리걸테크 유니콘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로앤컴퍼니는 올해 1월 '빅케이스' 출시 1년 만에 회원 수가 1만6000명을 기록하며, 법률정보 검색서비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을 알렸다. 빅케이스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판례를 보유하고 있으며,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든지 무료로 법률정보를 검색할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2022년 말 기준 전체 회원 수는 1만64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변호사 회원은 약 3000명을 확보했다.

빅케이스의 보유 판례 수는 약 320만건으로 전문 판례가 약 115만건, 판례의 일부가 공개되는 미리보기 판례가 약 205만건이다.

연간 매출액 추이는 2020년 30억9000만원, 2021년 41억원, 2022년 29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반발로 가입·활동 변호사 수가 6개월 만에 절반 가까이 급감해 주요 매출원인 플랫폼 광고 매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영업손실은 2020년 49억2000만원, 2021년 103억9000만원, 2022년 154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수익성 악화 요인은 7년여 동안 이어지고 있는 대한변협과의 공방전이다. 이로 인해 주력사업의 성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2020년 출시해 10개월 간 누적 이용 16만건으로 주목을 받았던 로톡의 형량예측 서비스는 대한변협의 광고규정 개정으로 베타서비스 단계에서 종료하게 됐다.

혁신의숲 관계자는 "규제로 인해 본사업 집중에 어려움이 있으나 2024년 총선 전에 규제 개혁에 대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결과를 마련할 경우 법률정보 검색·분석, 법률문서 자동 작성, 전자계약 등 서비스를 확장할 기회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좀처럼 풀리지 않는 자본시장 분위기와 현재 리걸테크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펀딩 및 파이낸싱 측면의 어려움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특정 분야의 선점 효과를 고려하는 사모펀드 등의 입장에서는 전술적 기회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앤굿 최단시간 100억 투자유치
로앤굿은 2020년 5월 설립 이후 3년 정도 업력을 쌓은 리걸테크 스타트업이다. 서비스 전략은 크게 3가지로 △변호사의 견적 제안서를 받고 상담할 수 있는 '법률상담' △변호사 선임시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소송금융' △변호사 선임 이후 소송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사건관리'다.

특히 국내 최초 론칭한 '소송금융(소송펀드)'은 승소 가능성이 높은 의뢰인에게 변호사 비용(착수금)을 지급하고, 최종 승소시 약정금을 상환하는 형태의 서비스다. 패소할 경우 소송금융 회사의 손실로 처리된다. 이미 해외에서는 20여년 전에 출시된 리걸 파이낸싱 사업모델이다.

로앤굿은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HB인베스트먼트, 스프링벤처스, 한빛인베스트먼트, 나우IB캐피탈 등으로부터 지난해 7월과 올해 1월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4월 투자유치에 나섰을 당시 포스트 밸류(투자 후 기업가치)로 약 1000억원을 제시했다.

대한변협과의 공방속에서도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와 미래에셋벤처투자의 투자를 유치하며, 최단 기간 내 누적 투자금 100억원을 돌파한 리걸테크 기업이 됐다.

로앤굿의 연간 매출액은 2020년 3000만원, 2021년 1억원이다. 2020년 3억7000만원, 2021년 11억3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내 아직은 사업 성과를 유의미하게 측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거래건수 및 평균 거래단가는 전년동기 대비 성장을 보여준다.

회사 측에 따르면 로앤굿 서비스는 출시 2년 만에 약 200만명의 이용자가 4만건 이상의 사건을 의뢰했다. 착수금 기준 14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비대면 변호사 선임비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

■엘박스, 변호사 3분의 1이 사용
판결문 검색서비스 엘박스는 전국 각급 법원의 판결문부터 판결 관련 뉴스, 참고문헌에 이르기까지 일괄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법률 데이터 검색 서비스다.

약 200만건 이상의 판결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이며, 국내 전체 변호사의 3분의 1이 넘는 약 1만2000명의 변호사가 사용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2019년 5월 설립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으로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2022년 12월 SV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한국산업은행, 다올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총 18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2월에는 삼성벤처투자로부터 20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국내 법률서비스는 송무, 자문, 컨설팅 등에서 업무 수행을 위한 리서치 및 법률 정보 열람에 접근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엘박스는 하급심 판결문 데이터 제공을 바탕으로 IT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서비스 과정을 효율화, 업무 효율을 높이며 변호사 수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성장시켜왔다.

매출액은 2021년 2000만원에서 2022년 8억8000만원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전년 대비 매출 성장을 보여주고는 있으나 매출과 영업이익을 통해 유의미한 사업 성과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시리즈B 투자유치 이후 엘박스는 올해 부산지방변호사회, 경기북부변호사회, 전북지방변호사회 등과의 양해각서(MOU)를 통해 법률전문가의 업무 효율을 개선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혁신의숲 관계자는 "미국, 영국, 일본 등 리걸테크의 기술혁신을 받아들여 법조산업의 발전을 일궈냈듯이 국내 법률 시장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기존 규제의 울타리를 허물어야 한다는 인식보다는 법률서비스를 대중화·선진화의 목적 차원에서 울타리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