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오픈 혁신 테크데이 열어 모빌리티분야 투자 7537억 최대 제로원·크래들 투자 중추역할 성과 모빈·어플레이즈·모빌테크 등 참가 "사업 초기 자금유치가 성공 첫걸음"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스타트업 공모전을 통해 분사에 성공한 로봇기업 모빈의 관계자가 계단을 올라갈 수 있는 바퀴달린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세계 최초로 계단을 자유자재로 올라다니는 네 바퀴 로봇,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건물을 관리하는 드론, 인공지능(AI)기반 음악 서비스 플랫폼'
이들의 공통점은 현대자동차그룹이 투자한 스타트업 기업들의 제품이라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7년부터 올해 1·4분기까지 모빌리티,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총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고 15일 밝혔다. 로봇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독립법인 슈퍼널 등 해외 대규모 투자는 제외하고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스타트업에 쏟아부은 것이다.
1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질의응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CVC팀 강성우 책임, CorpDev팀 문성환 팀장, 제로원팀 노규승 팀장,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황윤성 상무, H스타트업팀 노현석 팀장, 어플레이즈 배정진 대표, 모빈 최진 대표, 뷰메진 김도엽 대표, 모빌테크 김재승 대표,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강성구 실장. 현대차 제공
■ 국내외 투자망 가동…19개 스타트업 펀드 운영
이날 현대차그룹은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 행사를 열었다. 투자액 기준으로는 모빌리티 분야가 753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동화(2818억원), 커넥티비티(1262억원), AI(600억원), 자율주행(540억원), 에너지(25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조 분야 AI 솔루션 기업 '마키나락스', 유럽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업체인 '아이오니티' 등이 대표적인 투자 성공사례다. 아이오니티는 지난해 말 기준 유럽 24개국에 약 450개의 충전소 건립을 끝냈고 약 2000개의 초고속 충전기를 설치했다. 지난 2019년 투자한 크로아티아의 초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은 최근 기업 가치가 22억 유로(약 3조574억 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설립에 참여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미국의 양자 컴퓨팅 업체 '아이온큐(IONQ, 2021년 투자)'와는 자율주행 및 배터리 기술 고도화 프로젝트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스타트업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한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 등의 모빌리티 신기술과 경쟁하기 위해선 국내외 신기술을 속도전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 컸다. 현재 주목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차(SDV), 자원순환, 저탄소,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기술 분야다.
지난 2018년 설립한 제로원이 스타트업 투자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독일·이스라엘·중국·싱가포르 등 5개 국가에 '크래들(CRADLE)'이라는 명칭의 혁신거점을 통해 총 19개 스타트업 투자 펀드가 가동되고 있다. 현대차·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황윤성 상무는 "현대차그룹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으며, 전략투자, 합작투자, 인수합병(M&A)등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략적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계단 오르는 바퀴 로봇
이날 테크데이엔 현대차그룹이 직접 투자하고 협업하고 있는 스타트업 5개사가 참여해 기술을 시연했다.
이 가운데 계단을 자유자재로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는 바퀴로봇을 만든 모빈과 AI 음악 서비스 기업인 어플레이즈는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이었다가 분사된 곳들이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보유한 모빌테크는 현대차그룹 제로원 펀드 투자로 성장 기반을 닦았다.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는 "사업 초기 자금 유치가 어려운 문제였지만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우리의 기술력을 믿고 투자해준 덕분에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