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외지인들이 서울 아파트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는 서울 아파트 값이 실거래가 통계 기준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시점이다. 집값 바닥 시점에 지방 등 외지인들의 상경투자가 활발히 이뤄진 셈이다.
16일 파이낸셜뉴스가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외지인 매입 비중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36%인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 통계 조사 이래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10건 중 4건이 외지인이 사들인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외지인 비중은 평균 21.4%에 불과했다. 10월 18.7%에서 11월 22.1%로 오르더니 12월에는 36%를 기록한 것이다. 외지인 비중은 올 1월에도 29.1%로 월간 기준 역대 2위를 기록했다. 2월과 3월에도 25%대를 기록하고 있다.
자료 : 한국부동산원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 아파트 값이 지난해 12월 바닥을 찍고 다음 해 1월부터 소폭 반등하기 시작한 때라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 아파트값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 바닥은 지난 2022년 12월(매매지수 141.5·변동률 -3.56%)이었다. 이후 올 1월 1.10% 올랐고, 2월 1.95%, 3월 1.61%, 4월 1.65 등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표본통계나 당시 분위기는 집값 하락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후 매도·매도자 간 눈치싸움 속에 급매물이 사라지면서 표본통계 월간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값은 지난 5월에 상승세(0.01%)로 돌아섰다.
대치동 은마 전용 76㎡은 바닥시점인 지난해 11월에 17억7000만원에 팔렸다. 올 6월에는 21억~22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 엘스 전용 59㎡도 지난해 말에는 14억9000만원에 최저점을 기록했는 데 현재는 18억8000만원까지 실거래가가 올랐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바닥일 때 외지인 비중이 높았다. 실제로 2008년 12월 서울 아파트 외지인 비중은 22.3%를 기록했다. 2008년 10월에는 18% 였다.
외지인들은 실수요 보다 투자 수요 성격이 강하다.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데 이번에도 비슷하게 나타난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외지인들이 바닥이나 바닥을 지날 때 많이 사들였다는 것을 일반화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단 투자자들이 먼저 움직이고 실수요자들이 뒤를 잇는다는 사실은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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