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당국 기업결합심사 지연 탓
아시아나 1분기 부채비율 2013%
직전분기 1780%보다 더 나빠져
대한항공, 인수 마무리 총력전
이달말 日정부와 사전협의 계획
이달 말로 예정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또다시 연기돼 2년을 넘길 전망이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해외 주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대한항공은 조속한 인수 마무리에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해외 승인 지연에 유증 또 연기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30일로 예정됐던 1조5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납입일을 9월 말로 3개월 연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추진하는 이 유상증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핵심 절차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금을 납입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9% 가량을 확보해 인수가 사실상 마무리된다.
하지만 당초 2021년 6월말로 예정됐던 유상증자 계획은 3개월씩 연기되더니 올해 6월마저 밀리며 2년을 넘기게 됐다. 유상증자의 선결조건인 주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전이 속절없이 2년이 지나가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건전성은 악화일로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여객 부문에서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화물 부문에서의 선방으로 영업이익은 흑자를 냈지만 근본적인 체질개선은 어려운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1·4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13%에 달해 직전 분기(1780%)보다 나빠졌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참여로 확보한 자금을 투입하는 게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건전성 개선의 유일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대한항공은 30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를 포함해 인수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모두 1조원을 아시아나항공에 지급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추가적으로 8000억원의 자금이 아시아나항공에 들어가게 돼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투자 막혀 경쟁력 저하 심각
인수전이 장기화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항공업계가 코로나 이후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사는 물론 저비용항공사(LCC)까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는 보수적인 운영이 불가피해 시장 선점이 제한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14개 경쟁당국 가운데 미국, EU, 일본의 결정만 남은 만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조속한 인수에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가시적으로 가장 먼저 발표가 날 수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대한항공은 이달 말까지 일본 정부와 시정조치를 사전협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이후 정식 신고를 진행하는데 일본 경쟁당국이 30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할 것으로 전망돼 이르면 7월중 승인 여부가 가려진다. EU는 8월 3일까지 결정하겠다고 시점을 명확히 밝힌 만큼 일본의 승인결과가 미국 및 EU의 심사 결과에도 결정적 영향을 주게 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독자적인 생존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대안은 대한항공의 인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올 하반기가 인수 가능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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