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 딸들이 살아갈 세상에 어떤 것을 물려주게 될지, 다음 세대가 어떤 경험을 할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모던발레의 거장 앙줄랭 프렐조카쥬(사진)가 '프레스코화'(2019) 이후 4년만에 불멸의 고전 '백조의 호수'로 돌아온다. 우리가 익히 아는 19세기 고전발레의 거장 마리우스 프티파 버전이 아니라 2018년 프렐조카쥬가 자신만의 상상력을 보태 완성한 새로운 버전이다.
프렐조카쥬 버전 '백조의 호수'는 아름다운 호수 앞에 거대한 공장을 세우려는 자본가와 환경 파괴로 희생되는 백조의 이야기로 거듭났다. 마법에 걸린 공주는 환경운동가로, 왕자 지그프리트는 자본가의 후계자 그리고 원작 속 마법사는 부동산 사업가로 변주됐다.
서면으로 만난 프렐조카쥬는 "오늘날 '백조의 호수'와 같은 발레는 환경 문제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며 "지구 온난화로 호수가 말라가고, 50년 동안 800종 이상의 동물들이 사라졌다. 우리 아이들이 이 장엄한, 흠잡을 데 없이 하얀 새를 알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음악은 대부분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원작 발레음악을 그대로 사용했으나 뮤지션 '79D'가 작업한 빠른 비트의 현대적 음악도 새로 삽입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프렐조카쥬 특유의 독창적이고 우아한 안무다.
그는 "안무는 완전히 새로 쓰여졌다"며 "춤의 살점이 되는 모든 것들이 재창조됐다. 프티파의 창조적 과정에 참여하고, 재창조하는 것은 아마도 그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주목할 장면으로 2막의 마지막 백조들의 군무을 꼽았다. 그는 "이 장면은 고전발레 및 여성 무용수들의 클리셰를 모두 해체한다"며 "그것은 또한 자유의 송가"라고 답했다.
K컬처에도 흥미를 보였다. 그는 특히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같은 K팝 그룹이 떠오른다. 그들의 쇼에서 춤은 필수 요소다. 저는 이 현상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화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영혼을 만드는 것은 육체입니다.
영혼은 생각이고, 육체를 통해 분출됩니다. 안무가인 제게 이보다 더 훌륭한 문장은 없습니다. 제 관심사는 움직임과 신체에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공연은 22~25일 LG아트센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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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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