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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빅테크, 망 이용대가 내야"… 한국도 불씨 살릴까

EU, 공정 기여 촉구 결의안 채택
韓, 7개 법안 계류중… 논의 주목

유럽의회가 최근 빅테크에 망 이용대가를 부과하는 정책 도입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지지부진하던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대규모 트래픽 발생 기업(Large Traffic Generator)의 공정 기여', 즉 망 이용대가 부담을 위한 정책 프레임워크 도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찬성이 428표로 반대(147표), 기권(55표)을 합친 것의 2배 수준이었다.

이번 결의안에는 "유럽연합(EU) 내 통신망의 경제적 지속 가능성이 현재 추진 중인 '2030 디지털 컴패스(디지털 전환을 위한 로드맵)'를 달성하고 EU 시민을 위한 고품질의 연결성을 확보하는데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대규모 트래픽 발생 기업(LTG)'들이 통신망 구축에 적절한 자금을 부담해 공정하게 기여할 수 있는 정책 틀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LTG와 통신사업자 간 협상력의 비대칭성과 불균형을 해소하고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유럽연합이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과 연결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구글, 넷플릭스 등 빅테크들이 그 책임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 5월까지 망 이용대가를 부과하는 일명 '기가비트 연결법'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EC는 이를 바탕 삼아 올 하반기에 관련 법안을 유럽의회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슬린 레이튼 포브스 통신 분야 칼럼니스트는 "내년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정책 입안자들이 유럽의 '망 공정 기여'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결의안 통과는 빅테크의 무임승차를 끝낼 수 있는 규제에 대한 지지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결의안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내도록 하는 법안이 7건 발의됐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이용 급증으로 트래픽 부담이 커졌다며 넷플릭스에 망 운용·증설 대가를 요구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 원칙 등을 논거로 망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심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2심이 진행 중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영찬 의원 등은 12일 '망 이용대가 글로벌 논의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관련 논의를 활발히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강국현 KT 사장은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디지털 미디어·콘텐츠 투자 활성화 및 금융지원 확대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망 이용대가가 들어와야 채널 사업자에게 지원되고 콘텐츠 사업자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되기 때문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