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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 개편, 속도보다 내실 기할 것"

삼성 준법감시委 2기 출범 500일
이찬희 준법감시위원장 밝혀
"이재용 회장과도 소통 지속"

"삼성 지배구조 개편, 속도보다 내실 기할 것"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중요한 문제다. 한 번 정했다가 뒤집으면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성적표 매기듯이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강남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안 마련 관련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전날 출범 500일을 맞은 삼성 준감위 2기는 출범 당시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삼성이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인권 경영 △공정 경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 3대 과제를 중심으로 위원회 활동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출범 500일을 맞은 소회를 묻는 질문에 "준감위가 정착하면서 내실을 기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면서 "준감위가 1기를 넘어서 2기까지 유지된다는 것은 삼성이 준법에 대해서 그만큼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걸 표명한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 준감위의 지배구조 개편작업 지연으로 역할론을 제기하는데 대해서는 "조급하게 평가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준법위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핵심 관계사들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용역을 맡긴 바 있다. 또 과거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대체해 구성된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와의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삼성이 오락가락하면 안 되지 않냐"며 "저도 빨리 했으면 좋겠는데 언제쯤이라고 답을 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BCG) 보고서 오는 것도 시간이 좀 걸리고 해서 '언제까지 딱 끝낸다'라고 말 할 수 없다"면서 "형식적인 것보다는 내실을 기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준감위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위원장은 "이 회장과 자주 소통하고 있고 수 차례 만남을 가졌다"면서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협력과 견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 준감위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내부의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주문한 것을 계기로 2020년 2월 출범했다. 삼성과는 분리된 독립조직으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주요 계열사가 협약사로 참여하며 준감위의 감시를 받고 있다. 1기 준감위는 국정농단 관련 대국민 사과와 4세 승계 포기 선언, 무노조 경영 방침 폐기 등을 이끌어 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