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방식 달라 미국 내 전기차 충전 환경 복잡해져
'슈퍼차저'가 테슬라에게 득될지 실될지도 미지수
테슬라의 전기차 고속 충전기 '수퍼차저' /사진=AP연합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테슬라의 전기차 고속 충전기 '슈퍼차저'가 사실상 북미 전기차 충전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GM과 포드에 이어 라이벌인 리비안도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테슬라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 진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사용하는 전기차 종류가 확대되는 것이 테슬라에게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흥미로운 분석도 나온다.
GM·포드에 이어 리비안도 테슬라 슈퍼차저 이용하겠다
20일(현지시간) 전기차 리비안은 테슬라와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기 슈퍼차저를 자사 차량에도 적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리비안 운전자들은 내년부터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 있는 1만2000개 이상의 테슬라의 슈퍼차저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 리비안은 오는 2025년부터 테슬라와 충전 포트 구성을 통합할 예정이다. 리비안의 이번 계약은 최근 몇 주 동안 테슬라가 GM과 포드와 체결한 계약과 유사하다.
하지만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방식이 적용되기 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고속 전기차 충전 서비스 기업 EV고(EVgo) CEO(최고경영자) 캐시 조이는 "모든 전기차 제조업체가 내일 당장 테슬라의 NACS 충전방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실제로 적용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다는 발표만 했다고 당장 GM과 포드, 리비안 차주가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미국에서 운영 중인 대부분의 전기차 충전기는 테슬라의 NACS 방식과 다른 별도의 충전 시스템을 사용한다.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전기차 제조업체는 복합 충전 시스템(CCS)이라는 충전 방식을 사용중이다. 바이든의 미국 연방 정부역시 CCS 사용을 권고한다. 유럽도 유사한 CCS 표준을 사용중이다.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북미 충전 표준 또는 NACS로 알려진 충전 방식이다.
테슬라 운전자는 CCS 고속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어댑터를 구입할 수 있지만 CCS 충전 방식의 전기차 운전자가 테슬라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어댑터는 현재 판매되지 않고 있다.
시간 걸리고 간단한 문제 아냐
때문에 이미 혼란스러운 미국 전기차 충전 환경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빠르게 채택함에 따라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분석이다.
테슬라에게도 슈퍼차저에 신규 고객이 유입이 득이 될지 해가 될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슈퍼차저가 개방되면서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겠지만 테슬라가 아닌 다른 전기차 고객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는 테슬라에게도 도전을 받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드시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아도 테슬라 슈퍼차저를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인데 이렇게 되면 테슬라만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일론 머스크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다른 전기차가 충전을 위해 우리의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게 한 우리의 결정은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라면서도 "이런 우리의 결정이 우리의 수익에 현명하게 작용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전기차 고속 충전기 '슈퍼 차저'를 사용한다고 발표한 리비안. 차량은 리비안의 픽업트럭 모델 R1T. /사진=로이터연합뉴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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