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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악화에 공장 폐쇄한 고려시멘트…업계 "정부, 환경투자비 지원해야"

경영 악화에 공장 폐쇄한 고려시멘트…업계 "정부, 환경투자비 지원해야"
강원도 동해의 한 시멘트 공장 소성로 모습. 한국시멘트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시멘트 업계가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시설투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시멘트 업체 중 하나인 고려시멘트가 환경규제 강화와 경영실적 악화로 공장 폐쇄를 결정하자 업계는 환경 시설투자에 따른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21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고려시멘트는 최근 전남 장성에 위치한 생산공장 라인 가동 전면 중단 및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강화되는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위해선 시설투자에 막대한 재원 투입이 필요한데, 고려시멘트의 경영 상황은 수년간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고려시멘트는 지난해 699억원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126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고려시멘트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환경규제가 덜한 고로슬래그시멘트 생산공장을 전남 영암에 준공해 종업원의 고용승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려시멘트의 경영위기가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상황까지 이어지자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고려시멘트는 호남을 주요 시장으로 시멘트를 판매해 온 탄탄한 업체여서 갈수록 강화되는 정부 환경규제에도 위기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공장을 폐쇄해 상당히 충격"이라며 "업계 전반적으로도 이번 고려시멘트 장성공장의 폐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고려시멘트 상황이 지난해 일본 시멘트업계에서 발생한 공장 가동중단의 사례와 유사해 긴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일본 시장 점유율 약 24%를 차지하는 업계 2위의 우베미쓰비시시멘트가 원가부담과 경영악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아오모리 공장의 조업을 중단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시멘트 판매가격을 t당 4만9000원 인상했지만, 폭등한 국제 원자재 가격을 시멘트 판매가격에 모두 반영하지 못해 급속도로 경영상황이 악화됐고 결국 조업중단을 결정했다.

국내 시멘트업계도 지난해 두 차례의 가격인상을 단행했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모두 반영시키지 못한 바 있다. 매출은 증가했지만 원가부담이 늘어나며 순이익은 급락했다. 하반기부턴 건설경기 하락이 예상돼 국내 주요 업체들은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탄소중립과 환경 개선에 총 2조원 이상을 투입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했지만, 앞으로도 대부분의 투자금액을 외부 차입에 의존해야 하므로 재무구조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유럽의 사례처럼 정부 차원에서 시멘트업계 경영개선에 필요한 다양한 정책 마련, 규제 개선, 자금 지원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