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최대노조 전삼노 탈퇴 줄이어
교섭단 배제당한 DX노조와의 갈등
높은 임금인상률·국제 불매운동 등
무리한 투쟁방식에 직원 불만 터져
지난 5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정 결과 입장 발표 및 연대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깨고 출범한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이 노조원 이탈 등으로 노노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파업과 자사 제품의 국제 불매운동 예고 등 무리한 투쟁방식에 대한 노조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조합원 1만명 가입을 앞두고 세력이 약화되는 분위기다.
■최대 노조, 조합원 무더기 탈퇴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이달 들어 무더기 노조원 탈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전삼노는 사측과 임금교섭 투쟁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4월부터 연내 조합원 수 1만명 달성을 목표로 가입비를 월 1만원에서 500원으로 낮추며 가입 독려 활동을 이어왔다.
실제로, 지난 4월 8249명이던 전삼노 조합원 수는 최근 두 달간 2000명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 5일 한때 9970명을 기록하며 목표했던 1만명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최근 2주간 170여명의 조합원이 노조를 탈퇴하며 지난 19일 기준 9806명으로 줄어들었다.
삼성전자의 대표 노조를 자부하는 전삼노의 조합원 수 감소는 사측과 임금협상 방식, 투쟁 강도·방향 등을 놓고 내부 이견이 컸던 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삼노로부터 2023년도 단체교섭 및 임금협상을 위한 공동교섭단 배제를 통보받은 신생 노조인 DX노조와의 갈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사내 최대 노조단체라는 점을 앞세워 전삼노 집행부가 노조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반면 전삼노 측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DX노조가 독자적으로 사측에 협상을 요구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삼노가 DX노조 집행부가 교체되기 전까지 공동교섭단에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하자 "노조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경 투쟁방식, 반발 불러
현재 삼성전자에는 전삼노를 비롯해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 DX노조 등 5개 노조가 있다. 과반수 노조인 전삼노는 사측과 주도적으로 임금 교섭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조직인 전삼노가 국제행사가 열린 베트남에서 삼성전자와 이재용 회장을 공개 비판하거나 파업과 국제 불매운동까지 예고하는 등 초강성 투쟁 기조로 일관하면서 직원들의 반발 심리도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조 가입을 희망하는 직원들은 디바이스경험(DX)부문 인력들이 주축이 된 DX노조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DS)부문과의 처우 차이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 1월 설립된 DX노조 조합원 수는 약 6000명으로 알려졌다. DX노조도 전삼노를 상대로 대응에 나섰다. 최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전삼노가 조합원 수를 부풀렸다며 과반수 노조에 대한 이의를 신청했다.
유례없는 경기침체에 실적이 급감하는 와중에도 높은 임금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는 전삼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삼노는 사측과 노사협의회가 합의한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 4.1%에 반발하며 6%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 자택 앞 시위, 불매운동 추진 등 전삼노의 무리한 투쟁이 사내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직원들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며 "조합 가입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며 사측에 대한 투쟁 동력도 한풀 꺾이게 됐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