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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에이치엘비(HLB)가 파나진 인수로 암 분야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LB그룹은 지난 21일 그룹 내 5개 관계사로 구성한 ‘HLB컨소시엄’을 통해 유전병 치료 소재 개발 및 암 진단 전문기업 파나진을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300억원 규모로 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진행됐다. 또 유상증자와 별도로 노마드4호 조합이 인수한 266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있어서도 HLB가 30%의 콜옵션 권리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HLB그룹은 파나진의 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항암 신약개발과 헬스케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HLB는 최근 공지를 통해 ‘간암 신약허가’를 단기 목표로, ‘진단·치료분야 핵심기술 확보’를 중기 목표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성장’을 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HLB는 간암 신약허가와 빠른 상업화로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한편, 고품질의 유전체 소재와 이를 활용한 정밀 진단 기술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해 간다는 목표다.
HLB가 인수한 파나진은 펩타이드 핵산(PNA) 기반의 신약연구용 소재와 진단키트 분야에 있어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다. PNA는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만든 인공 DNA라 할 수 있다. DNA가 생화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반면, PNA는 펩타이드 결합물로 구성돼 DNA나 RNA와 결합력이 강하고 안전성도 매우 높다. 유전자 진단과 치료 분야에서 유망한 이유다.
특히 PNA를 이용한 파나진의 기술력은 암 진단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암의 미세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정밀하게 검출, 이를 선택적으로 증폭시켜 진단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한양행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폐암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에 대한 오리지널 동반진단 의료기기(파나뮤타이퍼 R EGFR) 개발을 진행 중이다. 파나진의 ‘온코텍터 KRAS 돌연변이 검사키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소세포폐암(NSCLS) 표적치료제 ‘루마크라스’ 처방을 위한 동반진단 기기로 허가 받기도 했다.
세계 유일의 고밀도 PNA 소재와 이를 활용한 뛰어난 진단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간 파나진의 기업 가치는 높지 않았다. 창업자와 주주연대간 갈등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반목 상태가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로 HLB그룹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 이러한 내분도 점차 정리될 것으로 기대된다.
HLB는 창업자인 김성기 전 대표가 구축한 글로벌 수준의 분자진단 기술에 인력과 자본을 더해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HLB헬스케어사업부의 경우 미국의 대형 제약사인 애보트와 10년 이상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등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양사의 협력이 높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판단하고 있다.
파나진은 올해 1·4분기 기준 약 211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56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대금이 납입되면 약 777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다. HLB는 이전부터 전체적으로 유동성을 늘리는 형태로 인수합병(M&A)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해온 바 있다.
백윤기 HLB 최고운영관리자(COO)는 “점차 가시화 되고 있는 리보세라닙의 간암 치료제 성공이 HLB의 1차 도약 발판이라면 진단기기 생산능력에 독보적 유전체 기술력까지 확보한 헬스케어 사업은 뒤이어 회사의 연속 도약을 이끌 또 다른 도약대”라고 말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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