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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의 플레e] NPC가 인간 게이머인 척을 한다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눈부시다. 게임과의 접목도 매우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이미 한 게임에서는 게이머가 실제 사람과 동일한 행동 양상을 가진 AI 캐릭터와 싸우거나 협동하는 콘텐츠가 나왔다. 이 속도대로면 애니메이션 '오버로드'나 '소드 아트 온라인' 수준의 게임이 머지않은 미래에 출시될지도 모른다.

[이도경의 플레e] NPC가 인간 게이머인 척을 한다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한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실제 사람과 흡사한 AI 캐릭터와의 전투는 당연히 PVE(플레이어 대 환경)일까 아니면 PVP(플레이어 대 플레이어)로도 볼 여지가 있을까. 나아가 생성형 AI 기술을 이용하여 제작된 콘텐츠일 경우 이를 표시해야 할까.

이미 다른 분야에서도 유사한 논란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초, 미국작가조합 소속 할리우드 영화·방송 프로그램 작가 1만1500여 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영화나 TV 대본 작성 시 생성형 AI 사용을 제한하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는 지난 3월 'AI 대응 TF'를 만들어 AI 저작권 학습 무제한 허용을 반대하고 나섰다. 한 웹툰은 생성형 AI로 제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웹툰 이용자들이 'AI 웹툰 보이콧'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우려에 EU가 가장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지난 14일 EU 의회는 전 세계 최초로 AI 규제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생성형 AI로 제작된 콘텐츠의 출처를 명확히 표기하고, 해당 콘텐츠 제작 과정에 AI가 쓰였다는 사실을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찬성 499표 대 반대 28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AI 기술 진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22일 국회 이상헌 의원실에서도 EU와 비슷한 내용의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이 법안은 '콘텐츠제작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AI 기술을 이용하여 콘텐츠를 제작한 경우, 해당 콘텐츠가 AI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대통령령에 따른 방법과 내용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발의 이유는 명확하다. AI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콘텐츠가 '사람인 척'하거나 혹은 'AI로 만든 콘텐츠'임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크다고 봤다. 따라서 적어도 AI가 만든 콘텐츠임을 표시하도록 하여 이용자의 혼선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게임에도 적용될 필요가 있다. PVP가 주요 콘텐츠인 가상의 게임을 떠올려보자. 여기에 게임사가 굉장히 강한 아이템으로 무장한 AI 캐릭터를 게임 사냥 공간에 풀어놨다는 가정을 더해보자. 인간 게이머 발견시 공격하라는 명령을 설정해두고 말이다. 많은 게임 이용자들은 이 AI 캐릭터를 만날 경우 패배할 확률이 높다. 이 때 만일 게임사가 AI 캐릭터임을 표시하지 않았다면, 게이머들은 상대도 같은 인간 게이머라고 생각할 것이다.

호승심은 인간의 본능이다. 게이머는 장비나 아이템을 강화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되고, 이는 현금 아이템 장비 구매로 이어지게 되기 마련이다. 이는 개인 플레이어의 전투에 그치지 않는다. 대규모 집단 전투는 더 큰 규모의 현금 지출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즉, PVP 게임에서 AI 캐릭터임을 알리지 않은 채 게임 공간에 풀어두는 것은 게이머들이 본인 캐릭터의 전투력 상승을 위해 과금유도로 이어질 수 있다. 너무 과한 가정의 연속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실제 게임에서 이와 유사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해당 게임 유저들은 큰 반발심을 드러냈다. 매우 중대한 이용자 기망 행위라고 느껴서다.

이같은 우려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AI 콘텐츠임을 알 수 있도록 표시되어야 한다. 덧붙이자면 게임사 스스로 AI 기술 활용에 대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성도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게임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플레이할 게임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게임사는 명심하길 바란다.
아무리 AI 캐릭터를 인간 게이머처럼 정교하게 만들어도 NPC(Non Player Character)는 NPC일 뿐이다. 그리고 NPC와의 전투는 PVE지 PVP가 아니다. 게임 이용자들은 이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