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미래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베트남 방문 동행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상반기 일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향후 이 회장이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정보기기(IT)업계 거물들의 사교클럽에 참석할지 주목된다. 다음 달 24일부터 8월 4일까지 법원이 여름 휴가로 휴정하는 만큼, 이 회장이 재판 부담을 덜고 장기 출장엔 나설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JY "1년 중 가장 신경 쓰는 출장"
26일 재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선밸리 콘퍼런스는 7월 중에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아이다호주의 휴양지인 선밸리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미국 투자은행인 앨런&컴퍼니가 1983년부터 개최해왔다. 올해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챗GPT'로 AI 혁명을 주도한 오픈 AI의 샘 알트만 등 글로벌 거물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이 회장의 참석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모임은 대형 인수합병(M&A)이나 협력 등이 논의되는 자리로 이 회장이 상무 시절인 2002년부터 이 행사에 꾸준히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한국 인사로서 처음 초청장을 받은 뒤 2016년까지 매년 이 행사에 참석했다. 팀 쿡 CEO가 2014년 이 회장을 선밸리에서 만난 뒤 미국 외 지역에서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철회하는 등 성과도 있었다.
이 회장이 구속수감 중이던 2017년 법정에서 "선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고 언급할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에 중요한 행사다. 이 회장이 올해 콘퍼런스에 참석하면 7년 만에 다시 찾게 된다.
올해 화두된 AI 다루는 구글캠프 가나?
8월 초 이탈리아 시칠리아 남부 베르두라 리조트에서 열리는 '구글 캠프'에 이 회장이 참석할지 여부를 두고도 관심이 모아진다.
구글 캠프는 투숙객 명단이 극비사항으로 간주되며, 참석자들이 자신의 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것도 엄격히 금지된다. 이 회장은 캠프 설립 초기부터 이 모임에 참석한 유일한 한국인 참석자로 알려졌다. 올해 구글 캠프는 최근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투자를 확대 중인 인공지능(AI)을 주제로 다룬다.
UAE로 시작해 베트남으로 끝난 JY 글로벌 행보
이 회장은 올해 상반기 △윤석열 대통령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동행 4일(1월 14~17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 2일(1월 18~19일) △일본 순방 동행 2일(3월 16~17일) △중국 텐진 삼성전기 공장, 중국 발전 포럼 참석 4일(3월 24~27일) △미국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 동행 및 출장 22일(4월 24~5월12일) △윤 대통령 프랑스·베트남 순방 동행 7일(6월 18~24일) 등 광폭행보를 이어나갔다.
특히 상반기 행보 중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행보가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연쇄 회동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테슬라가 주도하는 고성능컴퓨팅(HPC), 미래차 영역을 미래 성장 사업으로 낙점했다. 젠슨 황 CEO와 만남으로 전통적인 반도체 분야 수요 위축이 심화된 가운데 HPC 부문에서 수요가 높은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분야 신규 협업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처음으로 마주한 머스크 CEO와도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협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미팅은 이 회장뿐 아니라 삼성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장을 모두 대동해 테슬라 경영진과 회동했다는 점에서 차세대 자율주행 반도체 양산 등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삼성이 '제2의 반도체'로 키우고 있는 바이오 분야 혁신을 위해 글로벌 빅파마, 바이오 벤처 인큐베이션 회사 CEO와도 논의를 이어간 점도 눈에 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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