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부산공장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 검토
FTA 혜택 보려면 한국산 배터리 전제
국내 배터리 3사, "공급 어렵다" '난색'
전기차 전환, 부산공장 미래 걸린 문제
GM과 연계 전략 등 다각도로 검토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파이낸셜뉴스] 르노그룹이 부산공장을 전기차 생산기지로 전환하는 투자계획을 공식화했지만 배터리 공급 문제로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배터리 3사가 해외 생산 확대에 집중하면서 국내 공장의 추가 투자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서다. 배터리 공급망 이슈가 르노 부산 전기차 공장 투자의 운명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부산 전기차 투자, 국산 배터리 공급에 달려
프랑수와 프로보 르노그룹 부회장. 르노그룹 홈페이지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그룹 내 구매 관련 최고책임자인 프랑수아 프로보 부회장은 이달 한국을 극비 방문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면담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보 부회장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의 전동화 전환 계획과 함께 배터리 공급처 확보의 애로사항을 한 총리에게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재무부 관료 출신으로 르노그룹에 합류한 프로보 부회장은 지난 2011년 르노삼성차 대표를 지낸 바 있어, 한국 내 투자 여건이나 시장 상황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르노그룹은 수석부회장이라 할 만한 프로보 부회장이 방한해 총리 면담을 요청할 정도로 부산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르노가 일단 매우 진지하게 전기차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르노그룹은 지난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뤄진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면담에서 부산공장을 연 20만대의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공장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제안한 바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노그룹 본사에서 귀도 학 르노그룹 부회장(왼쪽 끝)과 면담하고 투자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부산시 제공
르노코리아는 부산 전기차 공장 전환의 선결조건으로 한국산 배터리 탑재를 꼽았다. 주력 수출 시장인 유럽에서 관세혜택을 보려면 자유무역협정(FTA) 원산지 규정을 충족시켜야 하고, 나아가 최근 유럽연합(EU)에서도 중국산 배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메이드 인 코리아'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르노코리아 박정호 상무는 지난 22일 한국무역협회 주최 간담회에서 "전기차 공장 완공시 70%를 수출할 계획"이라며 "FTA규정 준수를 위해 국산 배터리 조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공급이 확보되지 않으면 부산공장의 전기차 생산 전환 계획도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30만대 규모지만 실제 생산량은 훨씬 못미치고 있다. 지난 2017년 연 26만대를 정점으로, 2021년 11만대까지 축소됐다가 지난해 XM3의 수출 확대로 반등하기는 했지만 16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기지로의 전환은 부산공장의 임직원, 부산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차체를 조립하고 있다. 부산공장에서는 XM3, QM6, SM6, 트위지 등 4개 차종을 양산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배터리 업계 난색...GM과 연계방안 대두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르노 전기차 공장용 배터리 공급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르노 측이 요구하는 전기차 20만대 물량만으로는 국내에 별도 생산라인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수급을 위해 합작공장 설립에 나설 정도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공급자 우위' 구조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차종별로 배터리 재원이 다른 점도 국내 투자를 제한하는 요소다.
정부도 국내 전동화 생태계 확보와 외국인 투자 문제 등이 걸린 이슈인 만큼 다각도로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와 연계해 배터리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이 있다"며 "또는, 현대자동차·기아의 국내 전기차 생산 전환으로 국내 배터리 조달 물량이 확대되면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권준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