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활로 모색하는 산업계 (中) 기술이 답이다
K메모리반도체 '초격차 기술'
세계 최초 서버용D램 DDR5
현존 최고 사양 HBM3 양산 성공
낸드 238단 쌓아 美·中과 격차 확대
'파운드리 1위' 반전 노리는 삼성
작년 GAA기술 3나노 공정 양산
TSMC보다 반년 빠른 세계 최초
수율·양산성 기술력 강화가 관건
삼성'HBM2' 아쿠아볼트
한국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PC와 스마트폰 시장이 더딘 회복세를 보이면서 반도체 수출이 역성장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상당 기간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초격차 기술'을 내세운 신제품을 연일 출시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인공지능(AI)발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수요에 따른 차세대 D램 수요의 증가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차세대 공정기술 도입과 안정적 수율(양품 비율) 확보가 향후 K반도체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초격차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개발(R&D)과 투자를 통해 업턴(경기 상승국면)이 왔을 때 기회를 잡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AI·챗봇 열풍에…'세계 최초' 쏟아낸 K메모리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I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일 차세대 메모리 제품을 내놓으며 초격차 기술전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양사의 최대 격전지는 AI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적합하다고 알려진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D램을 여러 개 쌓아 만든 HBM은 고용량을 구현하면서 대역폭이 높고 지연시간도 적어 고성능 그래픽카드와 서버 등에 주로 탑재된다. 챗GPT 등 초거대 AI 도입이 확산되면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가 늘면서 HBM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HBM 시장이 내년에 58%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현재 HBM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 마이크론이 10%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AMD와 처음 HBM을 개발했고 현존 최고사양 D램인 HBM3를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차세대 제품인 HBM3E 제품 샘플을 준비하고 내년 양산까지 나서는 공격적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2E를 주력으로, 하반기 HBM3P(플러스)를 양산할 계획이다.
양사는 서버용 D램 분야에서도 초격차기술을 뽐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8일 세계 최초로 5세대 10나노급 공정의 DDR5 양산을 시작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0일 현존 D램 중 가장 미세화된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급 5세대(1b)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이 기술이 적용된 서버용 DDR5를 인텔에 제공, 업계 최초로 '인텔 데이터센터 메모리 인증 프로그램' 검증 절차에 돌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에 잠시 빼앗겼던 낸드플래시 영역의 초격차 기술 리더십도 K반도체가 회복했다. 앞서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2021년 중순 176단 낸드 세계 최초 양산에 이어 2022년 중반 232단 낸드 세계 최초 양산을 발표하면서 K반도체의 아성을 위협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일 238단 4차원(4D) 낸드 양산을 밝히면서 미국·중국 메모리기업들과 기술 초격차를 한층 벌렸다.
■삼성, TSMC와 '나노 경쟁' 혈투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초미세 공정 주도권을 두고 글로벌 1위 TSMC와 삼성전자 간 쫓고 쫓기는 양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사용해 3나노 공정 양산을 TSMC보다 6개월 먼저이자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GAA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로 전력 효율과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기술 난도가 높아 TSMC도 2나노부터 GAA 공정을 채택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선두 TSMC와의 기술격차 줄이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달 일본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 반도체학회 'VLSI 심포지엄 2023'에 앞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F3 공정(3나노 2세대)은 기존 4나노 공정 대비 성능은 22% 빨라졌고 전력 효율은 34%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K반도체의 활로를 '초격차 기술'에서 찾았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무렵 데이터센터와 AI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버향 D램과 HBM의 수요도 늘어나는 등 메모리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면서 "파운드리 못지않게 D램 또한 집적도와 정밀도가 중요해지면서 물리적 한계에 도전하는 초격차 기술이 결국 메모리 시장의 승자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결국 파운드리는 수율과 양산성이 핵심"이라면서 "삼성전자가 기술력을 통해 수율과 양산성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