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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엔비디아' 만들자"...민관 머리 맞댄 '3000억원 규모' 반도체 펀드 첫발

"'한국판 엔비디아' 만들자"...민관 머리 맞댄 '3000억원 규모' 반도체 펀드 첫발
26일 오후 서울 중구 YWCA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 협약식 및 반도체 금융지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성무 한국성장금융투자 대표이사, 김복규 한국산업은행 전무이사, 허길영 삼성전자 부사장,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 권용대 중소기업은행 부행장,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3000억원 규모의 생태계 펀드가 첫발을 떼며 '한국판 엔비디아' 육성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민·관이 '원팀'이 돼 메모리 중심의 국내 반도체 산업을 시스템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 분야로 확장하는데 본격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위원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26일 서울 중구 YWCA 회관에서 '반도체 생태계 펀드' 출범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펀드는 3000억원 규모로 모펀드 1500억원(기업+정책금융), 민간투자자 1500억원으로 각각 조성된다.

앞서 정부가 2017년 조성한 2400억원 규모의 '반도체성장펀드'와 2020년 조성한 1200억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상생펀드'보다 더 큰 규모다. 산업부는 "현재 운용 중인 반도체 전용 펀드들의 자금 소진율이 이달 기준 반도체성장펀드 90.5%, 시스템반도체상생펀드 56.2%로 2024년 바닥을 드러낼 전망인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주요 투자자로 750억원(삼성전자 500억·SK하이닉스 250억)을 대고 성장금융·산업은행·기업은행 등이 750억원의 정책금융을 투입한다. 유망 팹리스·소부장 기업의 스케일업을 뒷받침하고 인수·합병(M&A) 활성화를 통한 기술고도화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펀드 운영은 성장금융이 맡으며 향후 하위펀드 위탁운영사 선정 절차 등을 거쳐 연내에 투자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의 후속 이행조치다. 당시 정부는 기업 투자를 적극 지원해 5년간 340조원 이상의 투자를 달성하고,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10년 동안 15만명 이상의 인력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업 차원이 아닌 국가 대항전으로 확전이 된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민·관이 협력해 반도체 산업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인사말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기업들의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면서 "오늘 출범하는 펀드가 미래 반도체 산업을 이끌 한국형 엔비디아 탄생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글로벌 반도체산업 패권을 향한 주요국 간 경쟁 및 공급망 규제 등에 대응하려면 우리 반도체 산업도 기존의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소부장 등 종합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길영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재경팀장(부사장)은 "이번 출범하는 펀드도 앞서 조성된 펀드들과 마찬가지로 소부장·팹리스 기업들의 성장을 도와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은 "경기 침체, 반도체 수요 감소, 감산 등으로 국내 소부장 업체들의 어려움이 클 것"이라며 "생태계 펀드가 국내 소부장, 팹리스에게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정부는 프로세싱-인-메모리(PIM), 전력반도체, 첨단패키징 등 유망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유망 기술을 경쟁국에 앞서 확보하기 위해 1조4000조원 규모 예비타당성조사(예타)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