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그러므로 인사의 근본설계는 백년대계(百年大計)여야 한다. 관자(管子) 권수편(權修篇)에 나오는 '삼수(三樹)'는 곡식 키우는 수곡(樹穀), 나무 키우는 수목(樹木) 그리고 사람 키우는 수인(樹人)이다. 수곡은 한 번 심어 하나를 거두는 것(一穫)이고 수목은 한 번 심어 열을 거두는 것(十穫)이며 수인은 한 번 심어 백을 거두는 것(百穫)이다. 평생의 계획으로는 수인, 즉 인재양성만 한 것이 없다(終身之計莫如樹人)고 했다.
시인 정현종의 시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것'이라면 인사를 한다는 건 한 사람의 일생을 다루는 것이다. 그래서 인사는 생명업무이며 우주 모성 에너지와 연결되는 철저하고 섬세한 작업이다. 노자 도경(道經)의 가르침이다. "하늘의 문을 여닫음에 능히 여성적인 것 없이도 할 수 있겠는가(天門開闔 能無雌乎)?"
이렇듯 인사는 인생 이치에 바탕한 '보편적' 유연성이 그 본령이다. 그런데 이와 어울리지 않는 '특별한' 인사 논의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중에는 특혜채용·특혜인사와 같이 불법·부당한 것이 있고 경력(특별)채용·특별승진처럼 인센티브로 제도화된 것이 있다. 전자는 인사가 아니라 직권남용이요 횡포일 뿐이지만 후자도 과도하거나 본령에서 벗어나면 인사가 아니다. 중앙선관위의 자녀 등 특혜채용 의혹은 개인을 넘어 조직문화 차원에서 엄중히 재단되어야 한다. 경찰은 특별승진 대상을 경감에서 경찰서 과장 계급인 경정으로 상향추진 중이다. 공이 크면 간부직까지 쾌속 승진시키겠다는 것이다. 인센티브로서 특진 대상계급의 확대 취지는 납득이 간다. 그러나 기존 특진기준의 보완방안이 강구되지 않으면 지휘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과거적 개념인 '공적'에 대한 보상으로 미래적인 '승진'의 범위가 커지는 방향이 인사 원리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직급이 높을수록 개인 실적보다 조직 통솔이 더 중요해지는 건 기본이다.
인사가 저출산 대책의 수단으로 동원되는 것은 옳은가? 모 회사는 직원이 셋째를 낳으면 즉시 특진시키기로 했다. 모 지자체 공기업도 유사한 계획을 내놓았다. 시대적 과제에 앞장서는 기업이 고맙기도 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새로운 지평을 보는 듯하다. 중앙인사기관인 인사혁신처의 우대정책들도 있다. 인사가 사람 키우는 백년백확(百年百穫)의 계책이므로 출산대책에 활용되지 말란 법은 없다. 오죽하면 이런 특별한 인사 처방까지 나오겠는가? 그런데 저출산의 주된 원인은 양육비·주거·근로환경 등 경제적 문제다. 총체적 대책이 필요하겠으나 기본은 돈이다. 경제문제에 대한 비경제 수단의 정책 효과성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적 과제를 정부가 감당하지 못해 기업이 나서는 것도 어색하다. 문제의 본질이 돈이라면 '3자녀 출산특진'은 그 비용 전액이 지원되지 않는 한 경제사정이 되는 직원만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있는 자의 승진'이라는 특혜인사가 되어버릴 수 있다. 미혼자는 그 대상에서 원천 제외되는 점도 문제다.
'땅에 넘어진 자는 땅을 짚고 일어서는 법'이다. 돈에 연유된 일은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출산대책이 초미의 과제이지만 그 수단으로서의 '특별한' 인사는 자칫 빛보다는 어두운 그늘만 더 만들 수 있다.
전충렬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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