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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값 내렸다고 라면값 내려라? 원가구조 살펴야"

원가 중 밀가루 비중은 단 20%
업계 "사실상 몇 원 밖에 못내려
물가안정 효과 미미한 수준일 것"
오뚜기·삼양 인하대열 합류 검토

"밀가루값 내렸다고 라면값 내려라? 원가구조 살펴야"
물가상승 주범으로 몰린 라면업체들이 결국 가격인하를 단행하고 나섰다. 업계 1위인 농심이 먼저 대표제품 신라면의 가격을 인하하면서 다른 업체들도 일제히 인하폭을 고심 중이다. 다만 밀가루 가격 인하분을 반영한 가격조정은 몇십원 수준에 그쳐 과연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바가 얼마나 되는 지 그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라면업계에 따르면 농심이 신라면과 새우깡의 가격인하를 발표하면서 업계가 분주하게 가격 인하폭과 적용 시기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오뚜기 측은 "7월 중으로 라면 주요 제품 가격 인하 검토 예정"이라면서 "인하율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삼양식품과 팔도 등도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다.

문제는 인하폭이다. 정부는 라면을 물가상승 주범으로 몰아부치며 밀가루 가격 인하에 따른 가격 조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밀가루만으로 라면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다. 정부의 압박을 받아들여 가격을 내렸지만 밀가루 가격이 다시 안정세를 찾았다고 해서 라면값을 무턱대고 내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라면값을 구성하는 원가 개념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별 업체의 원가구조는 대외비지만, 업계가 추정한 라면 원가 구조는 밀가루 20%, 팜유 20%, 마케팅·물류·판촉활동비 20~25%, 야채스프 등 기타 재료 10~15%, 포장재 20~25% 수준이다. 실제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도 채 안되는 상황에서 밀가루 가격이 소폭 내렸다고 라면값을 대폭 인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인건비가 매년 오르고 있는데다 각종 물가가 종합돼 반영되는 물류비 부담도 큰 상황"이라면서 "특히 올해는 전기요금도 큰폭으로 오른 상황에서, 밀가루 외 다른 제반항목들의 부담이 커져서 가격인하를 단행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만약 밀가루 가격 인하분 만큼만 가격을 조정할 경우 그 폭은 매우 미미하다는 점도 문제다. 사실상 몇십 원도 아닌 몇 원 수준의 인하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라면가격 몇십 원 내리는 게 과연 물가안정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냐는 자조섞인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일 라면을 1개씩 먹는다고 가정하면 개당 50원 인하로 한 달에 1500원을 아낄 수 있는데 오히려 가계경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른 공공요금을 인하하는 것이 훨씬 효과는 크지 않겠냐"고도 했다.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로썬 어려운 가격인하 단행이지만, 몇십 원 수준의 인하는 사실상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가격 인하는 아니지 않냐"며 "정부로써는 물가안정을 위한 성과로 생색내기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화살이 라면 업계로 먼저 향했지만 향후 밀가루가 들어가는 빵이나 과자 업체로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제빵 업계 관계자는 "추경호 부총리가 라면 업체를 겨냥한 발언 이후 우리도 계속해서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라며 "최대한 언급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 별 도리가 없다"고 전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