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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사진 검색했다고 처벌… 공포 키우는 中 반간첩법

안보·국익 앞세워 무리한 단속
韓대사관, 한인들에 "유의하라"
美·日도 자국민 보호 예의주시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이 고강도 반(反)간첩법 시행에 들어가면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인과 교민, 교역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 법은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 및 이익'과 관련됐다고 판단하면 통계자료 검색 및 저장까지 위법행위가 된다.

2일 중국 당국과 외신에 따르면 1일 발효된 개정 반간첩법은 형법상 간첩죄(경미한 경우 징역 3∼10년, 사안 엄중하면 무기징역·사형도 가능)와 국가기밀누설죄(경미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최대 무기징역 가능)의 하위법 개념으로 간첩행위의 범위와 수사 관련 규정 등을 적시했다.

간첩행위에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을 명시한 것이 개정 반간첩법의 핵심이다.

'안보'나 '국익'과 관련 있다고 중국 당국이 규정할 수 있는 잣대가 자의적일 수 있는 만큼 자칫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단속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업가나 주재원·유학생 등 중국 내 외국인, 외국인과 자주 교류하는 중국인들은 외국에 비밀을 넘기려는 의도가 없더라도 중국 내 정보, 통계 등을 검색·저장하거나 주고받을 때 문제가 될 소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또 개정 반간첩법은 간첩 혐의와 관련한 행정처분을 강화함으로써 특정인의 행위가 형법상 '간첩죄'로 처벌하는 수준에 미달하더라도 행정구류(최장 37일)와 같은 사실상의 처벌을 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중국의 국민·조직 또는 기타 조건을 활용한 제3국 겨냥 간첩활동이 중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경우 반간첩법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당장 중국 내 한국 사회는 비상이 걸렸다. 주중한국대사관은 지난달 말 "중국 국가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자료, 지도, 사진, 통계자료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스마트폰·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저장하는 행위, 군사시설·주요 국가기관·방산업체 등 보안통제구역 인접 지역에서의 촬영 행위, 시위현장 방문과 시위대 직접 촬영 행위, 중국인에 대한 포교, 야외선교 등 중국 정부에서 금지하고 있는 종교활동 등에 유의하라"는 공지문을 냈다.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미국과 일본 등도 법 시행을 영사업무와 관련한 중요사안으로 받아들이며 경계 속에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방첩안보센터(NCSC) 역시 "개정된 중국 반간첩법의 스파이 행위 구성요건이 모호하고, 기업 자료에 대한 당국의 접근과 통제가 개정 전에 비해 훨씬 용이하게 돼 있어 정상적인 경영활동도 범죄행위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미국 기업실사 업체 민츠와 컨설팅 업체 캡비전에 대해 진행된 중국 당국의 압수수색은 개정 반간첩법 시행 이후 중국 정보 수집을 주된 업무로 삼고 있는 미국 컨설팅 업체의 중국 법인 등이 주요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예고한 일일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간첩 혐의로 자국민이 중국 당국에 체포된 전례가 적지 않은 일본 또한 경계의식을 높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모든 국가는 국내 입법을 통해 국가 안전을 수호할 권리가 있으며, 이는 각국에서 통용되는 관행"이라며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jjw@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