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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긴장하라… 해외로 가는 K뮤지컬

국내 작품들 글로벌시장서 호평
'마리 퀴리' 작년 폴란드서 수상
'사의 찬미''배니싱' 중화권 겨냥
문체부도 쇼케이스 등 지원사격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긴장하라… 해외로 가는 K뮤지컬
2023 K-뮤지컬국제마켓 쇼케이스 참가작인'더 라스트 맨(왼쪽 사진)'과 '홍련'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대학로가 미국의 브로드웨이, 영국의 웨스트엔드가 될 날을 기대한다."

2013년부터 '총각네 야채가게' '마이 버킷 리스트' '팬레터' '광주' 등을 해외로 진출시킨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가 지난 6월 30일 K-뮤지컬 비전 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폴란드의 국민영웅 마리 퀴리의 삶을 다룬 '마리 퀴리'로 현지 대표적인 음악축제인 제22회 바르샤바 뮤직 가든스 페스티벌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그는 "유럽과 영미권을 나가보니 한국 뮤지컬에 대한 반응이 예상보다 뜨겁더라"며 K-뮤지컬의 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K-컬처를 이끌 K-뮤지컬,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네오의 이헌재 대표는 이날 "2021년 'K-뮤지컬 온라인 로드쇼'과 2022년 '뮤지컬 전문 프로듀서 글로벌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K-뮤지컬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확인하고 도전의지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일본에서 K-뮤지컬 전용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며, 앞서 '사의 찬미' 중국 수출, '배니싱' 홍콩 투어 등을 진행했다.

뮤지컬이 K-팝과 K-영화·드라마에 이어 K-컬처의 차기 주역으로 떠올랐다. 국내 뮤지컬시장은 2000년 약 150억원에서 2018년 약 3500억으로 23배나 성장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4253억원으로, 국내 전체 공연시장의 76.1%를 기록했다.

이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마련한 'K뮤지컬 국제마켓'의 일환으로 열렸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K-팝의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뒤를 K-뮤지컬이 이으려 한다"며 "뮤지컬이 K-컬처의 중심이 되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뮤지컬 산업을 향한 단계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K-뮤지컬 국제마켓'을 통해 우리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고, 아시아권과 영미권 대상 해외 쇼케이스를 늘릴 계획이다. 작품의 현지화를 돕는 등 후속 지원도 잇는다. 또 서울예술단·국립정동극장 등 문체부 유관단체가 민간 제작사와 손잡고 킬러콘텐츠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기형적 창작환경 점검,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 필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겸 K-뮤지컬국제마켓 총감독은 오는 10월 미국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브로드웨이 입성 마지막 단계인 트라이아웃 공연을 앞뒀다. 그는 "K-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아시아권에서는 K-뮤지컬에 관심을 보이나 K-팝처럼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결국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성공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서 "작품의 완성도와 보편성"은 필수다. 그는 새로운 도약을 앞둔 지금, 그동안 간과했던 기형적인 뮤지컬 제작환경을 들여다보고,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년간 2778개의 뮤지컬이 제작됐는데, 중복된 작품을 제해도 하루에 2편이 제작됐다"며 "창작진은 한정적인데 작품 편수가 너무 많다. 작품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뮤지컬 제작 환경을 언급하며 정부의 직접 지원보다 간접 지원의 장점도 강조했다. 신 대표는 "미국은 전미뮤지컬극장연합 산하 비영리극장 위주로 작품 개발이 이뤄진다. 창작자는 비영리극장의 전폭적 지원으로 작품을 만들고, 비영리극장은 그중 우수한 작품을 검증된 상업 프로듀서와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작품이 관객을 만나는 과정 역시 단계별로 이뤄져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그는 "미국은 본무대에 오르기까지 리딩·워크숍·트라이아웃 등 여러 단계를 거쳐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데 우리나라는 리딩 공연 후 바로 본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100% 펀딩이 돼야 제작 가능하다"고 비교했다. 배우 김히어라도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가 주어져야 작품이 더 단단해진다"고 강조했다.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도 촉구했다. 신 대표는 "(영화산업처럼) 뮤지컬도 산업적 틀을 갖춰야 한다"며 "뮤지컬진흥위원회도 만들어 합리적 지원책을 꾸준하게 펴면 한국영화처럼 르네상스가 펼쳐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씨가 원더걸스와 함께 미국 진출을 시도하던 시기, 저 역시 브로드웨이 진출에 도전했다. 결국 그는 성공했고 실패한 나는 다시 도전 중인데, K-팝처럼 K-뮤지컬 역시 해외진출은 당연한 수순이다. 방탄소년단이나 '기생충'처럼 성공적 콘텐츠가 K-뮤지컬에서도 나오길 기대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