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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준공 확장하던 신탁사, 자금회수 경고등

신용도 낮은 중소 건설사 사업에
자금조달·준공까지 책임지는 구조
최근 부동산 경색으로 부실 확산
당국 "신탁사 리스크 전이 차단"

책임준공 확장하던 신탁사, 자금회수 경고등
#. 금융지주 A사의 부동산신탁사는 최근 '책임준공 토지신탁(책준형 토지신탁)' 관련 부서 직원들을 타 부서로 배치하는 등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솔산업개발이 지난달 20일에 최종 부도처리되면서 이 회사의 연립주택 사업을 맡은 신탁사는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책준형 토지신탁을 앞다퉈 수주했던 신탁사들은 '올 것이 왔다'며 초긴장 모드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A사, B사 등 문제가 연이어 터질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공사비 급증, 미분양 증가 등에 따른 주택사업장의 부실이 신탁사로 전이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신탁사가 준공을 떠안는 책준형 토지신탁은 신용도가 낮은 중소 건설사나 시행사(디벨로퍼)들이 비아파트 상품을 공급할 때 주로 이용해 왔다. 신탁사에 시행을 맡기고, 그 대신 신탁사가 자금을 조달해 준공까지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중소 건설사뿐 아니라 비아파트 시장도 한계에 몰리면서 신탁사의 부실 뇌관이 되고 있다.

9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조만간 '책임준공확약 업무처리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지난해 11월부터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책준형 토지신탁이 신탁사 부실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빠른 시일 안에 표준규약을 내놓을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에는 우선 미분양, 준공지연 등에 따른 손실 발생 시 신탁사가 일부만 책임지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불명확한 손해배상 이행시기도 명확히 규정해 손실을 정확히 파악한 뒤 대주단과 신탁사가 서로 나눠 부담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이행시기도 정확하지 않고, 준공지연 등에 따른 손실을 신탁사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아울러 책준 이행기간도 공사기간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현재 책준 이행기간은 시공사가 사업 초기에 정한 기간에 플러스 6개월이다. 책준 이행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6개월+α'로 하자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에는 또 책준형 토지신탁 수주 시 일반 관리형 토지신탁과 구별되는 심의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포함될 전망이다.

규약 마련에 속도를 내는 것은 책준형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신탁업계에 따르면 책준형 토지신탁 수탁고는 지난 3월 말 기준 17조9650억원으로 전년 말(18조1298억원)보다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미분양 증가, 공사지연 등으로 '신탁계정대여금(신탁사가 고유계정에서 빌려준 사업비)'은 2022년 12월 말 2조5831억원에서 올 3월 2조9718억원으로 15% 증가했다. 자금을 빌려준 사업장이 미분양 리스크 등에 노출되면 자금회수에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B신탁사의 관계자는 "시공사 디폴트에 경매로 넘어가는 물량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건설사 및 시행사 폐업·부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우솔산업개발이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파주시 연립주택 사업을 맡은 신탁사가 이행책임을 지게 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도처리된 건설사는 6개 업체다. 폐업신고를 한 종합건설업체는 올해 1·4분기 119개, 2·4분기 129개 등 상반기에만 248개 업체에 달한다.

한 신탁사의 고위 임원은 "공사비 급등 등 바뀐 환경에 감당을 못한 중소 건설사나 시행사가 그냥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중소 건설사 육성과 부동산 개발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주요 사업장별 사태 파악 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