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D램 제품 개발·양산 속도
파운드리 대형 고객사 수주 박차
반도체 기술우위 확보 투자 확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인 올 2·4분기에 최악의 분기 성적표를 받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기술력을 반전 카드로 꺼내 들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급성장에 AI용 서버에 필수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차세대 D램 제품의 개발·양산에 속도를 내 수익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선 업계 1위 TSMC와 맞붙은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 전장에서 응용처 확대, 수율(양품 비율) 개선 등을 통해 수주물량 확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인텔 수요 기대…DDR5 전환 잰걸음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4월부터 감산에 나선 제품 대다수는 DDR4 범용제품이다. PC·모바일·서버 등 전방산업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재고가 넘쳐 가격이 급락한 DDR4 공급을 줄일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반면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 제품 생산라인은 늘렸다. 시장 주력제품이 DDR4에서 DDR5로 빠르게 전환되는 시기에 투자를 대폭 늘려 DDR5 기술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였다.
삼성전자는 데이터센터·AI·차세대컴퓨팅 등에 최적화된 고성능·저전력의 DDR5 제품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5월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공정으로 16Gb DDR5 D램 양산을 시작했다. 기존 14나노 D램 제품 대비 생산성과 소비전력을 각각 20%, 23% 개선했다.
생성형 AI 급성장과 DDR5를 지원하는 인텔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래피즈' 출시 등을 계기로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도 재고가 넘치는 DDR4와 달리 DDR5 공급물량은 부족한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DDR5 비중은 20.1%로, DDR4를 처음으로 역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25년에는 DDR5 비중이 40.5%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DDR5가 통상 DDR4 제품보다 20%가량 가격이 비싼 만큼 DDR5 시장이 성장할수록 실적 기여도는 커지는 구조다.
■AI용 4세대 HBM 양산 박차
SK하이닉스가 치고나간 HBM3(HBM 4세대) 시장에서도 맹추격을 예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HBM3를 양산한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 기업 엔비디아에 제품 공급에 나서자 삼성전자도 발 빠르게 HBM3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3 16GB와 12단 24GB 제품 샘플을 출하 중이다. 성능·용량을 높인 HBM 5세대 제품인 HBM3P 제품도 연내 출시 가능성이 제기된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열풍 속에 AI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자 관련 데이터 처리·연산에 필요한 고성능·고용량의 HBM3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은 3나노 이하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해 대형 고객사 수주물량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평택 3라인에서 모바일 등 다양한 응용처의 파운드리 제품을 양산하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공장 1라인도 내년 하반기 가동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반도체(DS)부문 D램·파운드리 개발실장을 동시 교체하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건 차세대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경영진의 주문"이라며 "메모리·비메모리의 차세대 반도체 기술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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