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라스트 세션'의 신구(오른쪽)와 이상윤. 파크컴퍼니 제공
구강암 투병 중에도 자신의 이론을 비판하는 젊은 학자와의 토론을 멈추지 않는 노학자 프로이트. 나치의 폴란드 침공이 확정된 풍전등화와 같은 시기에도 두 학자의 방구석 지적 대화는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지난 8일 삼연에 들어간 연극 ‘라스트 세션’. 인공 심장 박동기를 달고 자기 아들보다 더 어린 배우 이상윤(41)과 연기 대결을 펼치는 신구(87)의 모습은 마치 프로이트처럼 보였다. 한두번 대사가 뭉개져 들릴 때도 있었지만, 무슨 상관이랴. 프로이트 역시 투병 때문에 말년에 말이 어눌해져 진료 시 딸의 도움을 받았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2020년 초연부터 함께한 이상윤 역시 감격스런 표정으로 신구에게 존경을 표했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라스트 세션’은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망명했던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자 무신론자였던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와 유신론으로 회심해 기독교 변증론을 펼친 ‘나니아 연대기’ 작가 C. S. 루이스(1898~1963)의 역사적인 만남을 성사시킨 연극이다. 실존 인물을 소재로 했으나 실화는 아니다.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프로이트와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무대전환 한번 없이 오로지 두 배우의 핑퐁처럼 오가는 대화로 90분이 채워지나 지루할 틈이 없다. 재치 있는 논변과 함께 곳곳에 녹아든 유머 때문이다. 배우의 실제 상황과 겹쳐지는 장면도 있다. 컨디션이 나빠 보이는 프로이트에게 루이스가 “(만남을) 다음 기회로 미룰까”라고 묻자 프로이트는 “미룬다고?"라며 응수한다.
"당신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소? 나는 안 그래요.”
대사 전달력이 뛰어나 눈길을 끈 이상윤은 “(세번째이지만) 지금도 새롭게 읽히는 대사들이 있다. 이 텍스트의 깊이와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매 시즌 열심히 했지만, 앞선 두 번의 공연보다 더 기대된다”고 전했다. 공연은 9월 10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티오엠) 1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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