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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별숲' 만든 삼성전자의 특명 "장애인 고용 더 늘리자"

지난해 장애인 고용비율 1.6%
의무고용비율 3.1% 밑돌아 고심
장애인 입사 지원자 태부족 원인
정부, 장애인 대학진학 도와야

'희망별숲' 만든 삼성전자의 특명 "장애인 고용 더 늘리자"
삼성전자가 기흥사업장에서 지난 3월 30일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희망별숲' 개소식을 개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전체 직원의 3%가 넘는 장애인 의무 고용 문제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민간 기업들의 다양성·공평성·포용성의 척도로 장애인 의무 고용비율을 매년 상향했지만 반도체 등 관련 업무에 적합한 장애인 지원자가 턱없이 부족해 정책 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 사이에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자구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애인 인재 없나요" 애타는 삼성

10일 삼성전자가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국내 임직원 가운데 장애인 직원수는 1664명으로 장애인 고용률 1.6%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국내 사업장 임직원수가 11만명을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정에 따라 도입된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국가·지방자치단체,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의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의무고용률은 1991년부터 2008년까지 2.0%였으며 이후 계속 조정돼 2019년부터 3.1%까지 상향됐다.

의무고용률 미달 사업장은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지난해까지 수백억원의 부담금을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 규모에 비해 장애인 입사 지원자가 태부족한 게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반도체와 전자, 정보기술(IT) 등 첨단 직군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관련 업무나 전공 출신의 장애인 직원을 채용하는데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애인 직원을 고용하고 싶어도 지원자가 전무한 경우가 태반"이라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중시되는 상황에서 장애인 고용률 미달로 인한 부담금 납부가 주홍글씨가 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해법될까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장애인 고용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장애인 직원수는 2020년 1.2%에서 2021년 2.1% 2022년 2.7%를 기록했다. 인텔은 2021년 3.8%에서 2022년 4.9%로 장애인 고용률을 1년만에 대폭 올렸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는 지난해 전체 직원의 1%인 552명에 그쳤지만, 대만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1%)을 충족했다.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는 다양한 사내 정책을 발굴하고 있다. 장애인 특화 직무 발굴, 장애인 임직원 편의시설 개선,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등록된 업체와의 계약, 사내 장애인 자문단, 베리어프리제도 등을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 3월 30일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희망별숲'을 개소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100% 출자해 설립한 희망별숲은 중증장애인들이 주축이 돼 제과 제품을 생산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과 제품은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 임직원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62명의 근무 인력을 연말까지 15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 사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대기업의 채용조건에 맞는 장애인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장애인의 대학진학에 정부가 힘쓰는 게 근본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