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어 러도 추가 감산 발표.. 방향성은 불확실 투자 유의해야
하반기 시작부터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이 수익률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러시아가 감산을 발표하면서 공급 우려가 부각된 영향이다.
다만, 경기 둔화 우려가 여전하고, 국제유가의 방향성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ETN 수익률(12일 기준) 상위 1~13위를 모두 원유 관련 상품이 차지했다. 평균 수익률은 9.99%로, 선두인 '메리츠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선물(H)'는 12.52%의 성과를 냈다.
대부분 상품이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이 대폭 뛴 덕분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WTI 선물가격은 지난달 말 대비 7.23% 상승했다. 해당 일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들의 성적이 특히 좋았다.
주요 산유국들이 유가 부양을 위해 원유 생산을 줄이겠다고 나선 점이 크게 작용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주요 산유국협의체인 'OPEC+' 정례 장관급 회의에서 8월부터 하루 100만배럴을 추가 감산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도 다음달부터 50만배럴 추가 감산을 예고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3월 자발적으로 50만배럴 감산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는 OPEC+의 감산 결정으로 글로벌 원유 재고가 15개월 동안 줄어들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황지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에 이어 러시아가 추가 감산책을 내놓으며 유가 공급 불안이 확대됐다"며 "인플레이션 제어를 위한 전략비축유 방출을 지속하던 미국이 하반기 600만배럴 매입을 고려한다는 소식도 상승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유가 상승 재료로 쓰이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를 사려는 매수세가 몰리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가리키는 ICE 달러지수는 전장보다 1% 넘게 떨어진 100.532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긴축이 막바지에 들어섰다는 시장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다만, 국제유가가 추세적 상승세를 탔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 지난해 연준이 공격적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진 상태고, 대형 원유 수요국인 중국이 경제회복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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