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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정말 저출생을 걱정하는 국가인가?

[서초포럼] 정말 저출생을 걱정하는 국가인가?
2015년 이후 저출생이 이어지고 있어 올해에도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을 방어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개최된 서울인구심포지엄에서 육아휴직 촉진, 비혼출산 여건 조성, 아동가족 예산 증액, 해외이민 확대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와 같은 적극적 인구정책이 제안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 저출생을 추진하는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일어나고 있어 당혹스럽다.

지난 8년 동안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동 2236명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청은 출생 미신고 영아 관련 1069건이 접수되어 939건(사망 11건, 소재불명 782건, 소재확인 146건)에 대해 수사 중임을 밝혔다. 자신의 피붙이를 살해하거나 유기한 사람들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런 일이 방치되거나 엄폐되어온 우리 사회의 건강성이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2019년 낙태죄 처벌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번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낙태는 명백히 위법인 국가였다. 헌재의 대체입법 요청에도 불구하고 낙태 허용기준조차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태아가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하고 산화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가 넘은 대한민국은 지금도 아이를 해외로 입양시키는 국가이다. 1953년부터 2021년까지 공식 통계로만 16만9488명의 아이가 해외로 입양되었다. 특히 저출산이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었던 2010∼2019년 사이에도 5413명이 해외입양되었다. 해외입양이 아직도 유지되어야 할 사정은 있겠지만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국가로서 안타까운 일이다.

이민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지만 이민에 앞서 체계적인 외국인근로자 관리 정책도 정립되어 있지 않다. 중소기업과 농어촌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력 쿼터를 늘려달라는 아우성이 끊이질 않고 있고, 최근에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 도입을 두고 논란이 무성하다.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 다문화가정 아동 교육 등의 문제도 시원스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근거 없는 낭설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아파트 청약과 대출 조건이 혼인한 부부에게 더 불리해 미혼 위장을 조장하고, 평생을 아껴 모은 재산을 애지중지 키운 자녀에게 증여나 상속하고 싶어도 사회적 죄악시와 중과세로 부모를 전전긍긍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은 결혼, 출산 그리고 가족이 정말로 소중한 나라인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저출산·고령화가 국가적으로 경종이 울리기 시작한 이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많은 정책과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결혼과 출산 여부는 국민 개개인의 선택 문제임은 명백하다.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하는 것은 물질적·경제적 요인만이 아니다. 결혼·출산·가족에 대한 가치가 긍정적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개개인의 삶에 부담과 질곡으로 받아들여져서는 결혼과 출산은 선택되기 어렵다. 결혼·출산·가족의 의미에 대한 국민 공감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설익은 새로운 정책의 생산에 앞서 우리나라의 각종 정책과 제도가 얼마나 결혼·출산·가족 친화적인가에 대해 원점에서 점검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