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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윳값 내리라는 정부… 유업계 "흰우유는 이미 노마진"

라면값에 이어 가격인하 압박.. 19일 원윳값 인상률 결정 시한
리터당 69~104원 인상 논의중.. 업계 고심… "적자 떠안는 꼴"

유업계가 코너에 몰렸다. 물가 잡기에 나선 정부가 라면값 인하 요청에 나선 이후 이젠 우유 가격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기 때문이다. 앞서 라면 제조사들은 정부 압박에 라면값을 내렸다. 유업계는 이에 대해 아직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오는 19일 낙농진흥회가 발표할 원유가격 인상 폭 결정에 따라 입장을 밝히겠다는 계획이지만 업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7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등 유업체 10여 곳을 불러 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이날 정부는 유업체들에게 하반기 가격 인상 계획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2일 정부는 낙농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원유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1~2달 내로 흰우유 가격이 올랐다는 점에서 원윳값이 결정되기 전 선제 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유 가격은 정부와 낙농가, 유업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를 통해 결정된다. 통상적으로 소위원회를 열고 협상을 진행한 뒤 7월 초 인상 폭이 정해지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8월부터 반영된다. 하지만 올해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9일부터 9차례 회의를 진행했음에도 인상폭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들은 당초 협상 기한을 지난 6월 30일로 잡았지만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해 오는 19일을 다시 마지노선으로 잡고 10차 낙농진흥회를 준비 중이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국제 곡물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사료비와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생산비가 13.7% 가량 늘어난 상황에서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라고 주장했다.

낙농진흥회는 현재 ℓ(리터)당 996원인 음용유를 대상으로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원윳갑은 ℓ당 49원 올랐다.

한편 유업체 관계자들은 우유 가격의 상승은 원유 가격의 상승 여부에 달려있다며 무조건 적인 유업체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유업체에 종사 중인 한 관계자는 "흰우유는 이미 마진이 없다. 그런데 원유 가격이 올라도 우유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것은 적자를 감수하라는 뜻"이라며 "지난해에만 해도 푸르밀이 적자 누적으로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가 철회한 케이스만 살펴봐도 유업계가 얼마나 낮은 영업 이익율로 버텨왔는지를 알 수 있지 않냐"라고 토로했다.


유업체 또 다른 관계자는 이어 "정부에서는 원유가가 높다고 말하지만 비교 대상으로 삼는 호주 등 낙농선진국의 자연환경과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은 천지차이"라며 "낙농선진국은 땅도 넓지만 초원이 넓어서 1년에 목초급여일이 280일에서 300일 가까이 되지만 우리는 목초를 먹일 수 있는 기간이 짧아 사료 의존율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유가가 높다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유 가격이 올라도 우유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며 "기업들이 공공기관도 아닌데 무작정 손해를 강요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