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피해자 일방석 주장에 그치고 있고 객관적 증거 부족"
"언행 많이 거칠지만, 일방적으로 괴롭혔다는 정황 나타나지 않아"
"의도적으로 10여일간 녹음기 차고 녹취. 연출되었을 가능성"
"이런식의 증거수집 학생들의 프라이버시 침해. 증거 취사에 신중"
현직 프로야구단 A 단장의 아들이 야구부 동료 학생에게 학교 폭력(학폭)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조사해 온 서울시 교육청이 단장 아들 측에 '조치 없음' 결정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이낸셜뉴스 = 전상일 기자] 서울의 한 명문고등학교에서 학교 폭력에 연루되었던 모 프로야구단 단장 아들을 포함한 3명이 ‘조치 없음’ 처분을 받았다.
학폭 피해를 주장한 A군이 가해자로 지목한 3명에 대한 시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심의를 한 결과가 17일 등기로 전달되었고, 해당 사실이 모두에게 통보되었다.
여기서 ‘조치없음’이란 학폭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징계할 사실 자체가 없다는 의미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서울시교육청 학폭위 '조치결정통보서'에서 밝히고 있는 가장 큰 사유는 증거불충분이다. 대부분이 일방적 주장에 그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며, 이를 인정한 사실이 있더라도 피신고 학생들의 일방적인 괴롭힘으로 보기에는 명확하지 않다라고 저술하고 있다.
조치결정통보서 내용 일부 발췌
일례로 피해자의 주장인 글러브를 빼서 어깨, 몸통 등을 여러번 때렸고, 그만하라는 말에도 엄마, 동생을 욕하면서 때렸다는 사실 등이나 부상 부위인 허리에 3~4kg 정도 되는 트레이닝 볼을 던졌다는 사실, 혹은 7~8회에 걸쳐 옷과 글러브를 꺼내서 샤워실에 던지거나 물을 부었다는 사실 등은 전혀 인정되지 않고 있다.
또한, 학폭위가 밝히고 있는 두 번째 근거는 이러한 갈등 상황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야구부 활동 자체와 관련되어있으며 야구부와 무관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들의 주도적 괴롭힘이 있었다는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하다. 피신고 학생 3명이 피해자를 자극할만한 매우 저급한 언어를 사용한 것은 분명하지만, 녹취 내용을 들어봐도 3명과 사이가 안좋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이들이 주도적으로 피해자를 괴롭혔다고 보기에는 힘들다고 학폭위는 저술하고 있다.
조치결정통보서 내용 일부 발췌
세 번째로 가장 중요한 핵심 증거인 녹취가 연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서울시교육청 학폭위는 말하고 있다. 피해자 A는 해당 녹취를 위해서 10일간 녹음기를 차고 상시 녹음을 했다. 같은 야구부의 특성상 상시 녹음을 10일간 하게 되면 기간내 어떠한 부적절한 갈등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갈등 상황이 그대로 제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 결정통보서는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피신고 학생들은 전혀 녹음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피해자A는 녹음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로 의도적으로 연출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그런 부분들이 없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조치결정 통보서의 핵심 중 하나다.
조치결정통보서 내용 일부 발췌
마지막으로 서울시교육청 조치결정통보서는 이런 형태의 증거수집과 사용이 무한정 허용된다고 한다면 학생들의 자율과 프라이버시가 크게 침해되어 학생들의 일상생활 자체를 심하게 위축 시킬 우려가 있이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의 의도적인 녹음 등 증거 취사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아울러 밝히고 있다.
즉, 학폭위의 최종 결정을 요약해보면 피신고 학생들의 언행이 저속하고 과격한 것은 분명 인정되지만 1. 피해자 주장의 상당 부분이 주장에 그치고 있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 2. 피신고자들의 과격한 언사는 인정되지만 야구부 활동 내에서의 갈등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고, 그 외에 주도적인 괴롭힘 흔적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3.가장 명확한 증거라는 녹음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식의 증거 수집은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해칠 여지가 있어서 신중해야한다는 점을 들어서 '조치없음'으로 최종결정을 내렸다.
한편, 해당 사실에 대한 불복절차는 90일 이내 또는 처분이 있었던 날로부터 180일 이내 행정소송으로 제기할 수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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